정치BAR_19대 국회 고별 인터뷰_“팬클럽만 보는 정치는 안돼”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_______
국회는 괜찮았다. ‘문제는 박근혜야’
Q. 14·17·19대 국회의원이었는데요, 19대 국회에 대해 평가해주세요. A. “19대 국회는 근래 들어 꽤 괜찮은 국회였어요. 선진화법 덕분에 몸싸움도 없고 많은 타협도 이뤄지고. 문제는 청와대였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을 안 했어.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라며 몰아내고…. 청와대가 관여 안 했으면 19대 국회가 그래도 많은 타협을 이뤘을 거에요. 타협하라고 만든 게 국회잖아요. 상임위에서 여·야 간사끼리 의견 접근을 해도 청와대가 ‘안돼’해서 어렵사리 접근한 게 무산된 게 여러 건이에요.” Q. 예를 들면 어떤 게 있나요? A. “한두건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전부다 청와대 관여로 인해서…. 국회에서 같이 토론하다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 정도는 우리가 양보해야 하는구나’ 감이 와요. 근데 전부 청와대 결재를 받아야 해. 새누리당이 청와대로부터 독립해야 해요. 근데 요새 보면 시원찮아 보여. 국회가 행정부 견제하라고 만든 건데 행정부 지시를 받아서 어떡해.” Q. 참여정부에서 정무수석할 때 대국회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A. “노무현 대통령은 저 1년하고 정무수석 없앴잖아요. 저에게도 일종의 로비랄까, 국회를 상대로 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어요. 예를 들면, 옛날 군사정권 시절에는 청와대가 야당의 여러 민원을 해결해줄 수 있었어요. 검찰 통해서 좀 봐주거나 지역구 민원을 들어주거나. 교부금을 나눠주기도 하고. 참여정부 때는 그런 걸 들어줄 힘이 청와대에 없었어요. 검찰 독립시켜버려서 말 안 들었잖아요. 청와대에 대통령이 맘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특수활동비)이 800~900억원 정도 되는데 그것도 못쓰게 했어요. 정무수석이 (야당 의원) 만나면 그거 선물 좀 주는 거거든요. 근데 그 돈을 홍수 크게 났을 때 거기에 다 쓰라고 하고 의원들 로비용으로는 안 썼어요. 그러니 정무수석이 아무 무기가 없어요. 야당 의원이 뭣하러 정무수석을 만나겠어요. 노 대통령은 (대국회 활동은) 장관이 상임위 위원들 상대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청와대보다 내각에 힘을 실어준 거죠. 선거제도 개혁, 이건 개별 부처 장관이 못하니까 그것만 제가 야당과 조금 접촉했어요. 결국 안 됐지만. 그것 외에는 의회 상대하는 건 각 부처에 맡겼어요. 청와대가 전혀 당에 관여 안 했죠. 공천에도 그렇고. 그게 정상이죠.”
_______
권력구조 개편해야…대통령이 반대하면 공허해져
Q. 정통 야당 계열 정당만으로 여소야대 국회를 이룬 건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런 20대 국회가 어떤 시대적 과제를 꼭 해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소위 ‘87년 체제’가 30년 가까이 경과하면서 정치불신이 극에 달했어요. 지금의 대통령 중심제와 소선거구제 때문에 정치가 제역할을 못해서 그런 겁니다.” 그의 오랜 소신은 소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다당제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극단적 세력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키우고, 이때문에 정치가 다양해지는 민의와 자꾸 멀어진다고 그는 생각했다. 대통령제도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한다고 했다. A. “대통령 일하는 기간이 길어야 3년이에요. 그 기간이 지나면 영이 안 서고, 거의 정부가 없는 상태 비슷하게 가요. 대통령 중심제의 문제죠. 국회도 문제인데, 우리나라에 국민의 과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없잖아요. 기껏해야 40% 정도인데 그것도 국민 전체로 놓고 보면 과반에 한참 못미치죠. 그런데 과반 의석 정당이 나타나서 국회를 좌지우지하겠다고 해요.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잖아. 만약 우리나라에 극좌가 10% 있다면 10% 정도가 국회에 들어와야 하는 거죠.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고 갈등을 조정하려면 어떤 제도로 가야 할 것인가. 그걸 해결하는 게 20대 국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Q. 마침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꺼냈어요. 내년 대선이 다가오기 전에 서둘러야 개헌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A. “박근혜 대통령이 워낙 완강하게 개헌을 거부하잖아요. 한 축이라도 그렇게 완강하면 얘기가 공허해져요. 적어도 대통령이 과거와 다른,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한 입장일 때 추진해야 해요.”
_______
‘친노’는 못된 언론이 덧씌운 이미지…야당이 비타협적인 건 고쳐야
Q. 운동권 1세대인데요, 19대 국회 들어 유독 야당 내 운동권에 대한 비판이 거셌어요. A. “소위 ‘못된 언론’들이 우리 당에 씌워놓은 ‘친노’라는 거…못된 언론에 있는 친구들 만날 때마다 내가 얘기하는데, 민평련 김근태는 친노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요. 정동영이 당시 친노 핵심이었지. 그런데 그쪽(민평련쪽)까지도 ‘싸그리’(깡그리) 친노라고 한다. 조금 진보적인 세력까지 합쳐서 ‘친노패권’이라고 하는데 패권이 우리 당에 정히 있다면 ‘진보패권’이 맞죠. 그리고 이 당이 저 당(새누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니, 진보적인 세력이 이 당의 주류를 형성하는 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싸잡아 하나로 규정한 뒤, 친노 핵심 일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활용해서) 마치 친노패권이 이 당을 망치고 있는 식으로 말하는데, 용어부터 부정확하죠. 그놈들하고 밥먹을 기회마다 얘기해. ‘너희 인마 기자라면 용어부터 제대로 써라. 우원식이 무슨 친노냐’고.” Q. 이런 비판은 들을 만하다 싶었던 점은 있나요? A. “국회는 타협을 하라고 만든 거에요. 그런데 원내대표가 저쪽과 타협을 하잖아요? 그럼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어.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자기 마니아들에게 점수 좀 따려고 타협이 대단히 잘못된 길을 간 것처럼 말하는 그런 태도는 자학이죠. 그럴 거면 거리에서 투쟁을 해야지. 원내대표가 할 만큼 했다 싶을 때도 몇몇 사람들이 ‘다 팔아먹었다’ 그런 식으로.(웃음) 원내대표 했던 사람들이 심한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껴요. 그런데 밖에서는 또 그런 소리를 에스엔에스에 올려야 뜨더라고.” Q. 타협을 강조하시는데, 그래도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이 있잖아요. 의원님만의 원칙이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예를 들어 국정교과서. 이건 타협이 안 되죠. 말이 안 되는 짓인데.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경우, 우리 진영은 ‘폐지하자’고 하는데 국민 중 상당수는 폐지 반대가 더 많아. 이런 경우 독소조항 빼는 수준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어요. 17대 국회 때 당시 이부영 대표와 박근혜 대표가 애를 써서 타협안을 극적으로 만들었는데 우리 쪽이 걷어찼지. 그 추운 겨울에 밖에서 농성하던 쪽에서 ‘그렇게 타협할거면 그냥 둬라’는 주문이 왔어. 그래서 지금 국가보안법은 그대로 엄존하잖아요. 그걸로 인해 그 뒤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어요.” Q. 19대 국회에서도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데 타협안이 깨진 경험이 있나요? A. “17대 때는 우리가 과반 정당이었는데 우리가 타협을 못 했죠. 19대 때는 청와대 개입으로 갑자기…한두 건이 아니에요. 새누리당 간사도 그렇게 말해요. ‘청와대에서 안된다고 한다.’ 그런 건이 상당히 많았어요.”
_______
문·안·박보다 안희정·김부겸이 낫다
Q. 지난해 분당 사태 겪을 때 당내 중진들이 더 역할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있었는데요. 이 질문을 받고 그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어 한참을 피웠다. A. “음… 뭐… 언론에 보도된 것 말고 중진들의 역할이라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꽤 있었어요. 그래도 당이 이만큼 건사되는데 중진들이 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공개적으로 사진 찍는 자리말고, 막후에서 많은 역할이 있었어요. 그 덕분에 처음에는 우르르 무너질 것 같았지만 이만큼 버틴 거예요.” Q. 시간이 흘렀으니 중진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몇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_______
반기문? 정치와 안 맞는 캐릭터
Q. 내년 대선은 3당 체제로 치러지겠죠? A. “그렇게 봐야 할 거 같아요.” Q. 결선투표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A. “그건 개헌 사항인데, 개헌할 거면 권력구조를 바꿔야지.” Q. 3당 체제로 치러지면 정권교체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A. “꼭 그렇게 볼 건 아니에요. 유권자들이 대선 때도 지금처럼 나뉘진 않을 거라고 봐요. 대선은 워낙 첨예해서 한쪽으로 쏠림이 갈 거에요. 3당 체제로 가면 어렵다?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유리할 수도 있고.” Q. 국민들이 표로 단일화해준다? A. “네, 뭐, 그런 식.” Q. 남의 당 얘긴데 비박계들이 혹시 탈당할까요? A. “지금처럼 소선거구제에선 제3당이 생존이 안돼요. 이번에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상상못한 일이 벌어진 건데. (3당으로선 어렵다는) 오랜 경험 때문에 쉽게 나오진 못한다고 봐요.” Q.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했습니다. 정계의 뜨거운 인물이 됐는데 참여정부 시절 인연이 있으세요?(*인터뷰는 25일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시사 발언을 하기 전 이뤄졌다.) A. “1년 간 같이 일했죠. 나는 수석이고 그쪽은 외교보좌관. 잘 알죠. 매일 회의하고.” Q. 평을 하자면요? A. “그 양반 정치 안 할 거에요. 난 그렇게 봐요.” Q. 어떤 점 때문에? A. “그…안 맞아요. 캐릭터와.” Q. 정치인이라는 직업에 안 맞다는 거죠? A. “네. 안맞죠. 최종적으로 본인이 정치 쪽에 안 올 거라고 봐요. 고건 총리도 관료로는 승승장구한 분이었죠. (대권 도전)하려다가 중간에 접었잖아요. 반 총장도 대중들의 지지가 있고 강력히 하라고 추동하는 사람이 있으니 고민은 하겠죠. 그러나 장고 끝에 안하는 쪽으로 가실 분이다, 품성이.” Q. 고건 총리와 비슷한 결과가 될 것이다? A. “고건 총리는 좀 움직였잖아요. 거기까지도 안 갈 거라고 봐요.”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_______
지역구-국가 이익 상충될 때 국익 앞세워야
Q. 초선 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초선 때 내무위를 갔어요. 특별교부금을 누가 가져다 쓰고 있는지 내역 공개를 안 하더라고요. 공개하라고 하니 나를 달래려고 교부금을 주려고 해. 그걸 받고 나면 이제 말 못하는 거죠. 안 받았어. 그랬더니 ‘동네에 하는 일 없다’는 얘기가 나와요. 그거 받으면 한 5억원씩 지역에 가져가는 거에요. 이런 식으로 지역의 이해와 국가적인 공익이 충돌할 때가 많아요. 다선 의원들의 경우에는 많이 얻어먹은 놈들이라 새삼스레 문제제기 하기가 그래요. 초선들은 다음 선거 생각말고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 의정활동하면 좋겠어요. 두번째로 내가 한 유명 팟캐스트 프로그램 공개방송에 나가봤는데 청중 200명이 듣고 있더라고요. 무슨 얘기를 하면 환호를 해. 그런 곳에서 말을 하다보니 사람이 자꾸 과격해지겠더라고요. 너무 그런 데 휩쓸리면 소위 막말꾼이 될 확률이 높아요. 국회는 국회의 본령이 있는거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식이야. 자기 팬클럽만 보고 정치를 해. 그런 정치를 하면 안 돼요.” Q. 최근 인터뷰에서 ‘정계 은퇴는 아니다’라고 하셨는데요. A. “그렇죠. 내가 언제 은퇴한다고 했어요? 출마를 안 하는 거지. 할 일이 있으면 해야지. 할 일이 없는데 기웃거리고 싶지는 않지만.” Q. 예정된 일은 김부겸 의원 후원회장인가요? A. “그게 무슨 일이야. 이름 걸어둔 거지.(웃음)” Q. 재단이나 연구소 설립 계획은 없나요? A. “그런 거 하려면 돈 모으는 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재주가 없어서.” 인터뷰 말미에 그는 기사에 꼭 써달라며 긴 얘기를 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반정치, 정치혐오를 부추겨요. 그런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 예를 들면 지금 정치 관련법이라는 게 아무도 안 지키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은 지구당이 없어지고 당원협의회가 있잖아요. 이건 사무실, 후원회를 못 갖게 돼 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당원협의회 사무실은 다 있어. 근데 거기서 회의를 하면 불법이야. 우리 당에도 그걸로 벌금 70만원 받은 사람이 있어. 국회의원은 지역구 사무실을 둘 수 있는데 거기서 당협회의를 하면 걸려. 커피숍 가서 해야 돼. 이게 법이냔 말이야. 사무실 놔두고 거기서 회의하면 안 된다니. 그게 ‘오세훈법’이야. 아무도 안 지키는 법을 만들면 검찰이 칼자루를 다 쥐게 돼. 그걸 고치려고 했는데 2005년에 <한겨레>가 ‘씹어서’ 못 고쳤어. 또 하나. 현재 원외위원장은 누구로부터 10원이라도 받으면 안 돼. 그러면 한 번 떨어졌다 들어온 사람들은 재산신고할 때 재산이 많이 줄어야 돼. 다른 특별한 벌이가 없는 사람들은 원외 때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걸 못하게 하면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정치를 해. 돈 많은 사람만 정치하라는 거잖아. 한 의원은 낙선한 뒤 전세계를 돌아다니던데 이코노미 타고 다녔겠어? 보궐선거로 들어왔는데 재산이 안 줄었어. 검찰이 다 조사해야 돼. 아무도 안 지키는 정치관련법. 검찰에 칼자루 맡기는 이 법들. 이걸 고쳐서 후원회도 만들고 하는 게 개혁이라고 봐. 그런데 하려고 하면 <한겨레>가 더 뭐라고 해. 이거 꼭 써. ‘한겨레가 XX을 해서 정치개혁을 막고 있다’고.(웃음) 내가 쓰나 안 쓰나 볼 거야.”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0_반기문의 ‘구직 활동’, 성공할까?]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