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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새누리 면전에 대고 작심 쓴소리

등록 2016-05-09 16:11수정 2016-05-09 16:25

정치BAR_“유승민 증세 꺼냈을 때 치열하게 논쟁했어야”
참여정부 인사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 인사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새누리당을 찾아 유승민 전 원내대표 축출과정과 총선 공천 등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교수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국회 당선인 총회에 초청돼 ‘제20대 국회, 새누리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특강은 “새누리당이 무엇을 고쳐야 할지 쓴소리를 해달라”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교수는 “유승민 의원 이야기부터 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세금 걷지 않고 복지하기 힘들다고 했다. 대단히 중요한 얘기”라며 “다보스포럼 자료를 보면,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개가 없어진다고 한다. 일자리 없어지는 사회가 눈앞에 닥쳤다. (이런 맥락에서) 기본소득제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국가재정 확보해 어디에 쓸 거냐’보다 중요한 주제가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세계가 돌아가는 것 봐서 (유 의원 얘기는) 그냥 넘길 얘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공당이라면 심각하게 논의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논박 없이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이어졌다”며 “국민이 보기에 기가 막힌 거다. 앞으로 조세 늘리지 않는 게 당의 주된 노선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일자리 없는 시기를 버티겠다는 것인지 치열하게 논쟁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현재 국가운영체제는 고장난 자동차다. 고칠 생각은 않고 ‘내가 몰면 잘 몬다’고 말한다. 국정운영체제를 바꿔야 한다. 이원집정부제든 내각제든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친박과 반기문 연합이 정권을 잡는, 재집권 시나리오로 권력체제 문제를 끄집어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적절한 언어와 개념으로 고민해야할 것을 희화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정책 중심이어야 하는데, 사람 중심 정치를 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친박·친노가 나온다”며 “이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게 지난번 공천이다. 그래서 모습도 제대로 안 갖춘 정당이 26%를 얻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1·2당이 다 졌다. 국민의당도 이겼다고 생각 안한다. 1·2당에 대한 불만이 3당이라는 창구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한국 정치 전체가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참여정부 인사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5월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 인사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5월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교수는 “왜 꼭 (선거에서)이겨야 하나. 근대화는 박정희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만들었다. 민주화는 야당이 이끌었다. 집권당만 일하는 거 아니다. 왜 집권해야만 세상을 바꾸나. 이기고 지는 것 말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전부 지역구 현안 해결에 골몰하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처럼 모든 것 다 쥐는 국회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나라 국회는 횡적·종적으로 일을 나눈다”며 “지방자치를 제대로 만들어 국회 입법권을 기초의회에 위임한다. 횡적으로는 여러 위원회 조직이 끌고가고 국회는 승인만 해준다. 위원회를 상임위처럼 활용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망해야 망국이고 주권을 뺏겨야 식민지냐. 아니다. 3포세대, 5포세대, 7포세대, 헬조선이라 얘기한다. 세도정치 한 사람들이 망국 길 이끌었다고 얘기하듯 세월이 지나면 ‘누가 이 나라를 이렇게 이끌어놨냐’고 후손들이 책임 물을 날이 올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김병준 특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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