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여야 원내대표 경선
국민의당 20대 국회 원내대표에 추대된 박지원 의원이 27일 오전 경기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서 원내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의 ‘반장’ 국회는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모인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섭단체가 반드시 같은 당 소속 의원들로만 꾸려져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개 20석 이상을 가진 정당이 교섭단체가 된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민주(123석), 새누리당(122석), 국민의당(38석)이 교섭단체다. 국회 운영 방침을 규정한 국회법을 보면 ‘교섭단체 대표의원’이라는 직책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의원들이 어느 좌석에 앉을지부터 시작해 언제 국회를 열지, 어느 의원을 어느 상임위에 보낼지 등 핵심적인 사항에 관여한다. 이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바로 원내대표다. 원내대표는 애초 ‘원내총무’로 불렸으나 2003년 열린우리당이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며 ‘원내대표’로 이름을 바꾸고 위상도 한층 높였다. 한나라당도 곧 따라왔다. 당대표가 의원과 의원이 아닌 당원까지를 대표하는 자리라면, 원내대표는 자기 당 국회의원들만 대표한다. 몇 차례 전국 유세와 대의원·권리당원 등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당대표와 달리 원내대표를 오직 국회의원들 손으로만 뽑는 이유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대표 선거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치열하다. 의원들 표만 모으면 당선이 가능하다 보니 계파간 합종연횡이 자주 일어난다. 2012년 4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던 민주통합당에서 친노무현계를 대표하는 이해찬 상임고문과 비노무현계의 대표주자인 박지원 최고위원이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기로 합의해 담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친노 직계가 40명, 친박지원계가 30명 정도라서 두 세력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원내대표를 만들 수 있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자리를 나눠 갖는 데 성공했다. 물론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막판에 매우 고전했다.
3일 새누리 이어 모레 더민주 선출
국민의당은 ‘헤비급’ 박지원 대표로 당내 2인자 권력 놓고 뜨거운 각축
계파간 합종연횡도 자주 일어나 가장 막강한 ‘상임위 배정권’ 권한
국회선진화법 시행뒤 위상 높아져
협상력 발휘해 국회 정상화 물꼬 터
김한길·이재오 ‘산상회담’ 대표 사례
협상 대표…당대표와 불화 빚기도 어떤 법을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상대 당과 직접 협상하는 당사자이다 보니 이들의 협상력에 따라 국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도, 교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원내대표들의 정치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 사례로 2006년 1월 ‘김한길·이재오 산상회담’이 꼽힌다. 당시 야당이던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사학법 일방 처리에 반대해 국회 예산심의도 거부한 채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을 벌였다. 박근혜 대표가 서울 명동과 부산역 광장 등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국회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전면전을 벌이던 때다. 두 달 가까이 얼어붙었던 정국은 설연휴 마지막날인 1월30일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북한산 회동으로 풀렸다. 두 사람은 이른 아침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북한산을 6시간가량 탔다. 대동문 성루에 걸터앉아 45분여 동안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협상을 이어갔고 오후 산기슭 한 식당에서 합의문을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 “재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문구를 제시했고, 이 원내대표는 이를 수용하고 장외투쟁을 접을 퇴로를 마련했다.
2006년 1월30일 오전 서울 북한산에서 김한길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함께 등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달콤한 권력 원내대표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권한이 많다. 가장 막강한 권한은 상임위 배정권이다. 국회법 제48조 1항은 “상임위원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정 주체는 의장이지만 사실상 각 당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를 결정한다. 상임위 배정은 의원들 희망을 조사한 뒤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논의해 결정한다. 의원들의 경력·전문성·지역 특수성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고 하지만 인기 상임위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많아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2011년 민주당 의원총회장에서는 경기도 지역 한 중진 의원이 당시 김진표 원내대표를 향해 “예결위에 넣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어떻게 한번도 안 넣어주냐”고 공개 항의하는 진풍경이 빚어진 적도 있다. 중진들은 상임위원장을 노리는데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2008년 한나라당은 위원장을 원하는 중진들이 많아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하기도 했다. 이때 홍준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지도부가 밀었던 후보들이 다수 떨어지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2012년 5월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된 박지원 의원은 자신을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정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보너스도 있다.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데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나오는 특수활동비 중 운영위원장 몫이 가장 크다. 베일에 가려 있던 이 돈이 드러난 건 홍준표 경남지사 덕분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아 당대표 선거 기탁금을 냈다는 의혹을 해명하면서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오는 4000만~5000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말해버렸다. 이 때문에 국회 특수활동비 삭감이 주요 국회 개혁과제로 떠올랐다. 여야 합의 없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원내대표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3당 체제다. 각 당 원내대표간 ‘밀당’에 따라 모양새가 크게 좌지우지될 20대 국회는 이달 30일에 문을 연다. 김원철 성연철 기자 wonchul@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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