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전대 연기론과 반영 비율 등 ‘정치적 합의’ 사안 수두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가 2015년 5월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당선된 최고위원들과 함께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식, 주승용, 문 대표, 정청래, 전병헌, 유승희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총선이 끝나자 더불어민주당은 격랑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지도부 구성 문제 때문이죠. 비상 지도부로 총선을 치렀으니 정상 지도부로 되돌려야 하긴 하는데 시기와 방법이 문제에요. 당헌·당규를 토대로 격랑의 변화를 짐작해보겠습니다. _______
언제? 7월이냐, 가을이냐
지난해 2월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됐습니다. 임기가 2년이라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내년 2월까지 당대표를 맡았어야하죠. 하지만 문 의원은 지난 1월26일 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대신 김종인씨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임시 지도부를 이끌며 총선을 치렀습니다. 당 대표를 선출하려면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열어야 합니다. 전국대의원대회는 정치권에서 통상 사용하는 ‘전당대회’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 대의기관입니다. 전대는 당무위원회 결정이 있거나 재적 대의원 3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언제든 소집됩니다. (*전대가 당의 최고 입법부라면 당무위원회는 당의 최고 행정부입니다. 귀에 익은 최고위원회는 당무위 아래에 있는 행정부에요. 당무위에는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당 소속 시·도지사 등과 당내 각종 기구의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100명 이하죠. 의장은 당대표가 맡습니다.) 자, 이제 총선이 끝났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해 하루빨리 정상적인 지도부를 꾸려야 하고 이를 위해 조기 전대는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이 나옵니다. 반대편에는 조기 전대를 하면 당내 경쟁이 심해지니 당분간 총선 민의대로 당을 끌고 나가면서 당 쇄신 방안을 가다듬고 올해 하반기에 전대를 하자는 ‘연기파’가 존재합니다. 전대는 당내에서 정치적 합의만 있으면 언제든 소집이 가능합니다. _______
누가? 대선을 꿈꾸는 그대, 쉬어라
대선에 나가려는 당 대표는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합니다.(당헌 제25조6항)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기 위해 생긴 규정이죠. 다음 대선은 2017년 12월20일입니다. 전대가 7월에 열린다해도 대권 주자들이 고작 몇개월짜리 당대표를 위해 출마하진 않을 겁니다. 따라서 이번 전대는 대권주자와 ‘연합’한 당권주자들간 경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세균 전 대표, 김진표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청래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네요.
사진 왼쪽부터 정세균 전 대표, 김진표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청래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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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의원·당원·국민의 투표로
당 대표 선출 절차는 당헌·당규에 꼼꼼히 규정돼 있긴 합니다. 당헌 제25조2항은 당 대표 선거용 선거인단을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당원 △국민으로 꾸리고, △대의원+권리당원 투표를 70% 이상 △일반당원+국민 투표를 30% 이하 반영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규에는 구체적 투표 방법도 나와 있어요. △대의원은 직접 나와 투표소에서 투표 △권리당원은 자동응답(ARS) 투표 △일반당원과 국민은 여론조사로 한다고 하네요. 여론조사의 경우 국민의 투표를 6분의 3으로 가장 많이 반영하고 일반당원은 6분의 2, 시민명부에 기재된 경선참여선거인단의 투표는 6분의 1 비율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 규칙대로 전대가 치러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더민주에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전대 룰은 사실상 출마자들간 정치적 합의를 통해 당헌·당규를 바꾸는 형식으로 얼마든지 교체 가능하고 늘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합의해야 할 민감한 내용이 많을 겁니다. 당장 지난해 연말 가입 열풍이 불었던 ‘온라인 10만 당원’의 투표권 문제가 불거지겠죠. 이들 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비 내는 권리당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8 전대를 앞두고는 권리당원의 자격을 ‘6개월 전 입당해 최근 1년간 3회 이상 당비를 낸 당원’으로 규정했었죠. 권리당원 투표를 얼마 만큼 반영할지도 합의해야 합니다. 온라인 지지세가 강한 쪽은 비율 확대를, 그렇지 않은 쪽은 정반대 주장을 하겠죠? 지난 전대를 보면 대의원:권리당원:일반당원(국민 포함)의 비율에 대해 이른바 친노 진영은 3:4:3을, 비노 진영은 3:5:2를, 정세균 의원 쪽은 5:3:2를 주장했다고 알려졌어요. 결국 4.5:3:2.5로 전대가 치러졌죠. _______
잘 될까? 계파간 샅바싸움 불가피
자, 여기까지 합의하면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는 법이죠. 지난해엔 전대 닷새 전 25% 반영되는 여론조사의 수치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를 두고 파열음이 났어요.(*당헌도, 당규도 아닌 시행세칙에 있는 내용입니다.) ‘지지후보 없음’이란 항목을 반영할지 말지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014년 말 이 항목을 반영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전대준비위는 문재인 후보 쪽 항의를 받고서 투표 닷새 전 이 결정을 뒤집었어요. 즉, ‘지지후보 없음’ 항목을 비율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거죠.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문 후보 쪽 주장대로 된 겁니다. 박지원 후보가 거세게 들고 일어난 건 당연하겠죠? 가까스로 전대는 치러졌지만 이때의 상처는 결국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씨앗이 됐습니다. 26일 현재 더민주 내부에선 전대 연기론이 힘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조기 전대가 열릴 경우 후보간·계파간 룰을 둘러싸고 엄청난 힘겨루기가 벌어질 테고,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는 점을 역사적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전대 연기는 미봉책일뿐입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질 성질이 아니니까요. 전대 룰을 깔끔하게 정하고 시작하면 된다고요? 글쎄요, 정치인은 룰을 바꾸는 게 직업인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정치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역사는 반복될까요?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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