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2일 문재인 전 대표와의 만찬 내용에 대해 “‘전당대회에 내가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문 전 대표가) 한 적이 없다. 더 이상 문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2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비상대책위가 끝난 뒤 당 대표 하실 생각을 않는 것이 좋겠다.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고 전날 만찬에서 김 대표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자신에게 수권 비전위를 맡아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도 아닌데 그런 제안이 말이 되느냐”며 “특히 기분이 나쁜 게 호남 표 안 나오는 게 나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데, 내가 그런 수법을 모를 줄 아나”라고 불쾌해했다. 이는 정청래 의원이 총선 이틀 뒤인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반문재인 정서는 호남민심 이반의 본질이 아니다. 북한궤멸론과 햇볕정책 부정 그리고 비례대표 공천장사 운운으로 김대중과 광주정신에 대한 모욕이 호남의 역린을 건든 것은 아닐까”라며 김종인 대표를 비판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문 전 대표를 도울 뜻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려고 왔지, 대선에서 어느 특정인을 위해 하긴 뭐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끝냈으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철한 분석도 해보고 해야 하는데 결과가 좋으니 그냥 기쁜 것”이라며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이면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며 비난했다. 그는 “내가 만찬에서도 ‘친노, 즉 당신 편은 당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문 전 대표가) 자기 말을 안 듣는 친노도 많다더라.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고 하나”고 말했다.
김 대표 인터뷰의 파장이 커지자 이번 총선을 통해 4선 고지에 오른 이상민 더민주 법제사법위원장은 25일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김종인 체제가 여러 공과가 있지만 제1당으로 가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고, 그렇다면 김종인 체제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김 대표께서 화가 많이 나셨지만, 저는 대표께서 그런 말씀을 밖에다 하시는 것은 현재 우리 당의 취약한 구조나 상황을 볼 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실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종인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에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