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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빗나간 예측…유권자들 ‘산수’를 ‘수학’으로 풀었다

등록 2016-04-17 16:07수정 2016-04-17 20:04

정치BAR_종편이 새누리당을 침몰시켰다?

한겨레 정치전문사이트 '정치BAR'의 오디오 팟캐스트 <언니가 보고 있다>에서 총선 직후인 14일 현장 취재기자들을 불러 20대 총선 결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5일부터 방송된 <언니가 보고 있다_15회_국민의당, 새누리당 잠식하다>편을 간추려 싣습니다. 오디오 방송을 들으려면 팟캐스트 서비스 업체(아이튠즈, 팟빵 등)에서 ‘언니가 보고 있다’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언니가 보고있다 #15_국민의당, 새누리당 잠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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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전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주현 : 오늘은 '사죄방송'입니다. 어제 출구조사 결과보고 조금 놀라셨을텐데요. 정치전문가들도 그렇고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그렇고 정치부 기자들도 다 예상이 틀렸죠. 일주일 전에 예상 의석수를 놓고 한참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 생각에 가장 근접했던 사람은 이경미씨죠. 149석이라고 했었죠? 어떻게 그런 감을 갖게 되었습니까?(웃음)

이경미 :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고, 이번에 여소야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워낙 170석 이런 얘기들 많이 나오니까… 어쨌든 여소야대를 상징하는 숫자로 ‘149석’을 예상했어요. 그렇지만 저도 실제 이렇게까지 새누리당이 의석을 못 얻을지는 몰랐어요.

이유주현 : 왜 여소야대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경미 : 과거에 다당제(3당체제)가 된 경우를 보니까 여대야소가 된 경우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지금도 새누리당이 거대여당인데 아무리 야권이 분열됐다고 해도 표가 거대여당으로 쏠릴거다, 이렇게는 믿기지가 않더라구요. 항상 절묘하게 균형을 찾는 게 있는데 새누리당이 뭔가 표를 끌어 모을만한 요인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만나보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다 떠나는 상황이었어요. 단순히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얻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 산술적인 접근법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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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산수였는데 유권자들이 수학으로 풀었다

이유주현 : 더불어민주당은 어떨까요. 끝까지 100석이 안될 거라고 했는데요.

이세영 : 비례대표 '(김종인)셀프 2번 공천 파동'이 일어나기 전만해도 120석까지 예측을 했대요. 그러나 그 사건 이후 두자리수로 목표치를 확 낮췄다가 막판에 110석까지 다시 조정을 했다는 얘기가 들려요.

이유주현 : 제가 물어보니까 3월말에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했는데 수도권에서 엄청 잘나와서 반신반의했다는 거예요. 이미 비례파동 터지고 난 이후였는데 ‘이럴 리가 없다’고 한거죠. 결국 12일 밤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해봤을 때 110석 ±α 정도로 예상했다고 하더라구요.

김남일 : 새누리당도 사실 예측은 안 됐어요. 여의도연구원 1차 조사 결과 135석이라고 나오니까 다들 ‘에이’ 이랬죠. 일주일 뒤 2차 조사에서 145석으로 올랐어요. 무릎 꿇고 엎드리면서 표가 들어와서요. 그리고 발표는 안했지만 또 3차 조사를 했대요. 그때까지만 해도 뭔가 상승세였고, 실제 여연조사와 상관없이 당에서 청와대에 보고한 숫자는 165석이라는 거에요. 선거임박해서 보고한 숫자랍니다. 선거 전날 오전에 여의도에 각 정당 예상 의석이 돌았는데 그때 새누리당 의석수가 168석이었어요.

이세영 : 새누리당이나 더민주가 안철수 신당 효과를 전혀 예측 못한 거에요. 안철수 대표가 막판에 “우리는 새누리당 표를 가져온다”고 했을 때 양당이 보인 반응을 보자구요.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찍으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얻는다”, 새누리당은 속없이 야권연대 논란 한창일 때 “국민의당 힘내라. 끝까지 (독자완주)해라”고 응원했죠.

김남일 : 야권분열 필패론은 한겨레가 퍼뜨린 거 아니야?(웃음)

이세영 : 반성해야 됩니다. 그래서.

이유주현 :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연대로 승리한 뒤 ‘분열하면 진다’는 공식 속에 빠져있었던 것 같고. 실제로 일여다야 구도라고 하는 것에 좀 넋이 나가있었죠. 수도권 122곳 중에서 104곳이 일여다야 구도였죠. 어쨌든 상황은 산수였는데 유권자들은 이걸 수학으로 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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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찍었던 50% 중 15% 국민의당으로

김남일 : 저는 기사에 계속 썼었어요.

이유주현 : 에이 뭘 써. 언제 썼어.(웃음)

김남일 : ‘국민의당 표가 오로지 더민주 표만이 아니다. 7대3, 6대4든 새누리당에서 오는 표가 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분열로 인한 파괴적 종말 이런 건 있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저는 분명히 어딘가에선가 썼던 것으로.(웃음)

이유주현 : 그렇게 친다면 저도 알리바이가 있어요.(웃음) 처음에 국민의당이 지지율 얘기할 때, ‘이 사람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라고 했을 때, 그때 30% 정도가 새누리당에서 오고, 70% 정도가 더민주에서 온 것이다는 분석을 썼어요.(웃음) 그런데 사실 이번에 보면 3:7 그 이상이었던 것 같아요.

김남일 : 거칠게 2012년 대선과 비교해보면 박근혜, 문재인이 거의 50 대 50으로 나눠가졌잖아요. 그런데 서울에서 새누리당이 3자구도에서도 대개 30~35%를 가져갔어요. 국민의당은 대부분 15%정도 득표했거든요. 새누리당 전국 정당득표율이 33.5%, 수도권에서 35%라고 볼 때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를 지지했던 50% 중 15%가 어디로 빠졌냐. 그냥 단순무식하게 보면 국민의당으로 쭉 빠진 거예요. 한국 정치 구도에서 중도층이 25%라고 가정하면 10%는 더민주로 갔고 나머지는 좀 왔다갔다하다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한테 붙었던 15%가 빠져나오면서 이번에 국민의당으로 갔다 이러면 대충 숫자가 아귀가 맞거든요.

이유주현 : 그렇죠. 더민주 후보들이 40%대를 기록하고 새누리당 후보들이 30% 후반대를 기록하고 국민의당 후보들이 15%에서 20% 안팎을 오가는 것을 보면 전통적인 여권 지지자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지지한다’고 답하는 사람들 정도가 이번에 새누리당을 찍은 거죠. 응답을 유보하거나 부정적이었던 여권성향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죠.

이세영 : 지역별로 나누는 선거에서는 구도, 인물이 대선만큼의 긴장감이 강하지 않거든요. 강하게 결집시키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합쳐야 이긴다. 하나로 합쳐야 이긴다’라는 공식은 일종의 정치적 신화죠. 이번에 사실상 깨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승준 : 경이 성남분당갑·을 결과 보면 지금 말한 것들이 여실히 드러나는 거 같더라구요. 국민의당 후보가 분당갑에서는 14% 가져갔고, 분당을은 임태희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오면서 난립했는데 국민의당이 9.4% 정도 가져갔더라구요. 지금 말한 것들 40, 30, 15~20% 이 분포가 분당갑·을에서 나타나고 있더라구요.

이세영 : 사실 선거 때마다 야당이나, <한겨레>도 마찬가지죠. 기울어진 운동장 탓했잖아요. 그런데 아까 여러분들이 얘기했듯이 새누리당 지지층에도 스윙보트층이 있다. 즉, 근본은 보수적이지만은 나름 합리적 성향을 띄고 있는 층이 있어요. 이 점을 계속 유념해야 될 것 같아요. 대선을 앞두고도 과거 야권연대의 공식은 왼쪽하고 합쳐서 하나를 만드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을 견인해서 끌어오는 전략이었잖아요, 이제 한 가지만 봐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유주현 : 여권의 실정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한겨레>가 가장 열심히 쓴 언론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만성적으로 되다 보니까 얼마나 문제인가에 대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깊이 살피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구요.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새누리당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우리가 잘 모른다.


언니가 보고있다 오디오 방송 녹음 현장.
언니가 보고있다 오디오 방송 녹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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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새누리를 몰락시키다

김남일 : 저는 종편이 이번에 새누리당 지지성향의 50~60대 이상에게 굉장한 정치적 환멸을 준 부분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시청률 지상주의라 피아구분 없이 물고 뜯거든요. 하루종일 한번 보세요. 새누리당 욕하는 게 절반이에요.

이유주현 : ‘공천파동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새누리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멍들 게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남일 : 너무 공천파동 탓으로만 몰아가면 안되죠. 그렇게 해석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8년 동안의 실정과 패악이 심판받은 것이라는 의미가 가려지죠.

이세영 : 강남벨트의 기적이라고 하는데 이미 지난 지방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 예고가 된 거에요. 강남 유권자들이 다 보수적이진 않거든요. 대선 때는 박근혜를 찍더라도 지방 선거나 총선에서는 박원순을 찍을 수도 있고 얼마든지 합리적인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요.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남 3구의 박원순 득표율 보면 어느 정도 보여요. 야권 지지층도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여권 지지층도 다양한 배경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걸 우리도 인정을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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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 부산은 이미 뒤집어져 있었다

이경미 : 제가 총선 기간 동안 대구와 서울 용산·은평, 부산 민심 르포를 다녔는데 확실히 새누리당 지지층은 “평생을 찍어왔는데 이번에는 안 찍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수치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느낌으로 오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정말 새누리당에 실망을 많이 하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변화의 조짐도 있었는데, 대구 수성갑에서는 80대쯤 돼보이는 할아버지가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는데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김부겸을 찍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가는 지역마다 그런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진짜 이번에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지겠구나고 생각을 했었고. 부산을 가니까 거기는 확실히 변화의 조짐이 크더라구요.

이유주현 : 이경미씨가 부산을 다녀온 게 선거일 임박해서였잖아요.

이경미 : 선거 이틀 전인가 그랬을 거예요.

이유주현 : 사실 부산에서 될 만한 곳으로는 북강서갑 정도. 한두곳 아닌가 했는데 말이죠.

이경미 : 저도 낙동강 벨트라고 생각을 하고 갔는데 의외였어요. 부산 남구을이나 연제구는 서부산 쪽이 아니거든요. 거기서 당선된 야당 후보들을 보면 그 지역에서 진짜 오랫동안 밀착해서 일을 하고 그래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은 사람들이더라구요. 그래서 괜히 바람이 분 게 아니고. 이번에 또 새누리당이 부산 18석을 전부 현역의원을 재공천 했거든요.

이유주현 : 안일한 공천의 결과다?

이경미 : 그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또 상대적으로 그동안 야당후보들이 지지기반을 닦아오고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어요. 제가 북강서갑에서 전재수 후보 유세를 봤는데 지나가던 노인분이 전 후보 손을 잡고 “이번에는 네가 꼭 될거다. 내가 사전투표를 했는데 널 찍었다” 이렇게 격려를 하시더라구요.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그래서 ‘아, 이게 진짜 분위기가 좀 다르구나’ 이런 걸 느꼈어요. 그 다음에 경남의 양산하고 김해는 사실상 부산 생활권이거든요. 부산으로 같이 봐야하는데 그렇게 치면 부산에서 지금 더민주가 5석을 얻었고, 양산·김해 4석 중 3석을 얻었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대단한 성과죠.

이유주현 : 교차투표를 통해 국민의당이 비례투표에서 꽤 득표할 것으로 예상은 했는데 이렇게까지 쏠릴 줄은 사실 잘 몰랐잖아요. 우리가 유권자들의 전략적 판단을 좀 무시했던 건 아닐까요.

이세영 : (네 그리고 그 결과) 정의당이 굉장히 위축됐잖아요? 지금까지 계속 야권 연대전략으로 비례에서는 표를 얻고, 지역구는 양보하는 방식이었는데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어요. 더민주 입장에서 보자면 왼쪽의 10%를 가진 진보정당과 손잡는 것과 오른쪽의 20%를 키워서 저쪽의 20%를 뺏어오는 것. 어느 게 더 효과가 큰지 굉장한 고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주현 : 저는 앞으로 선거 예측을 (제대로)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너무나 명확하게 그림이 보이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결국 예상들이 다 틀렸고, 그림들은 다 깨졌고, 이제 다시 새롭게 써야할 것 같습니다. 이게 여론조사의 문제점일 수도 있고, 기존의 낡은 사고방식 때문에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 같네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김유진 교육연수생 rladb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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