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돌아선 민심, 송중기와 동반 행사에도 ‘싸늘’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이 난 20대 총선. 13일 총선을 앞두고 약 10일 전부터 새누리당에선 “과반 의석에 미달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청와대도 공유한 것일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총선용으로 의심받을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더욱 도드라졌다.
4월8일(금) 총선 D-5
총선 전 마지막 주말인 8일 낮 12시45분. 박 대통령이 충북 청원을 거쳐 전북 전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센터의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운영계획을 청취했다’고 한다.(왼쪽 사진) 이곳이 위치한 전주 완산구에서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후보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었다. 3월 들어서 박 대통령의 ‘지방 순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었다. 3월10일 대구·안동에 내려가 ‘진박 후보’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일하게 악수를 나눈 박 대통령은 16일에는 부산, 18일 충남 아산, 22일 경기 성남·판교, 25일 경기 의정부를 돌았다.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투어였다.
4월11일(월) 총선 D-2
주말을 쉰 박 대통령은 11일 오전 10시,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대세 배우’가 된 송중기씨와 함께였다.(가운데) 박 대통령은 송씨와 함께 한식문화관을 둘러보고 약과도 만들면서 활짝 웃었다. 박 대통령은 “(송중기씨가) 바쁜 와중에도 관광홍보대사를 맡아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까 드라마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진짜 청년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며 치켜세웠다. 총선일까지 38시간 전. ‘젊은층 표심 잡기’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ㄱ씨는 “현 정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선 엄마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과 송중기씨가 함께 있는 광경이 못마땅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탐대실’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4월12일(화) 총선 D-1
선거 전날인 12일 오전 10시 국무회의.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된 법안들을 열거하며 “막중한 책임감으로 마음과 몸이 무겁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며 입을 열었다.(오른쪽) 이어 “이번 선거에서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발목잡기’라고 비판해왔던 논리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투표 독려는 ‘야당 심판론’과 맥이 닿아 있었다.
박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은 듯 ‘진박’ 정종섭 후보(대구 동갑)는 유승민계인 류성걸 후보를 4천여표 차이로 눌렀다. 정운천 후보(전북 전주을)도 900여표 차이로 더민주 후보를 꺾고 전북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 깃발을 꽂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부산·경남에서도 9석을 뺏겼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박 대통령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지만 그의 행보는 무리수에 가까웠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2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39%로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졌고, 부정적인 평가는 2%포인트 오른 48%로 나타났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에는 경제정책(20%), 소통 미흡(12%), 원활하지 않은 국정운영(9%) 등과 함께 ‘공천 문제 및 선거개입’(4%)도 포함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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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8일(금) 총선 D-5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을 마친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4월11일(월) 총선 D-2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K-STYLE HUB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참석해 관광홍보대사 송중기씨와 함께 한식체험관에서 약과를 만들어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4월12일(화) 총선 D-1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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