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이 피내사자 또는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휴대전화번호를 무차별로 들여다본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배재정(48)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정 의원은 3일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휴대전화 통신회사에 나의 인적사항이 담긴 통신자료를 요청해 받아갔다”고 밝혔다.
배 의원이 가입한 통신회사는 엘지유플러스이다. 배 의원이 요구해 엘지유플러스가 배 의원한테 보내온 ‘통신자료 제공내역 사실 확인서’를 보면, 엘지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17일과 올해 2월15일 각각 부산지검 동부지청과 부산 북부경찰서에 배 의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이름, 휴대전화 가입일을 제공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7일 배 의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은 당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전아무개 부산시 전 특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17일에 부산시청 출입기자 등의 통신자료도 함께 검찰에 제공됐기 때문이다.
전 특보는 지역방송사 기자를 거쳐 사장을 역임한 뒤 2014년 지방선거 때 서병수 현 부산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서 시장의 취임 뒤 특보로 임명돼 주로 언론과 정치분야 현안에 관여했다.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배 의원은 “지역 언론계 선배였던 전 특보를 알고는 있지만 최근 1년 동안 통화를 한 기억이 없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지 않고 나는 공무원 인사를 부탁할 위치에 있지 않은 야당 의원이다. 검찰이 나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면 전 특보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무차별로 들여다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이 과잉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올해 2월15일 배 의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에 대해 “배 의원이 올해 2월 설연휴 기간 부산 사상구의 극장 매표소 근처에 앉아있는 사람들한테 명함을 건넨 것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부산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수사를 시작하려면 인적사항부터 파악을 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통신자료를 조회한다. 통신회사를 통해 배 의원의 인적사항만 조회했으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얼굴과 신상은 포털과 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등에 공개돼 있고 극장 매표소 앞에서 명함 6장을 단순히 건넨 것을 수사하기 위해 통신회사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수사 편의를 위한 것이다. 통신자료 조회를 남발하는 것은 사생활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