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통합은 물론 연대도 없다’는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을 내주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김 위원장 편에 섰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독자 노선을 재천명하며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7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말씀하신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리며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 우리 당은 광야에서 모두가 죽어도 좋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란 안 대표가 지난해 11월 더민주 탈당 전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며 제안한 해법이다. 안 대표의 발언을 빌려 야권 통합 제안을 거부한 당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 면접 심사 때 한 면접관으로부터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이상 의석을 확보해 캐스팅보트를 갖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던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야권이 개헌저지선 이상을 지키는 일은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 당만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 발언이 끝난 뒤 “무조건 통합으로 이기지 못한다.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일 뿐”이라며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정권교체 가능성을 잃어버린 낡은 야권을 재구성할 때”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희들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 양당 구조를 깨는 일”이라며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저는 믿는다. 이런 퇴행적 새누리당에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그런 결과를 국민께서 주진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천 대표는 선대위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새누리당에 과반수를 줘도 재앙이지만,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개헌선(200석)을 새누리당 세력에게 넘겨준다는 건 국가에 어떤 미래도 없다는 걸 뜻한다”며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그건 대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책임의 전면에 국민의당이 있다. 당 대표 중 한사람인 천정배가 이 문제에 관해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민의당 단독으로도 개헌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천 대표는 “그건 무슨 희망사항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냉철한 현실인식 문제이니만큼 냉정한(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워낙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라 냉철하게 현실을 잘 인식하고 분석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는 수와 대책을 세우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특히 안 대표가 강조해온 ‘제3당’보다 개헌저지선 확보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개헌저지선을 (내)준다면, 우리 당이 설령 80석, 90석을 가져도 그건 나라의 재앙”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를 겨냥한 듯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을 위해 있는 당이 아니다. 나라와 역사를 위해 존재하는 당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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