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컷오프’로 떠나는 ‘사형수’ 의원의 마지막 발언
“제가 발언하는데 우리 당이 아무도 없네. 허허허”.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을 둘러싸고 여야의 뜨거운 설전이 오간 2일 밤 국회 본회의장.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위해 나섰다. 그가 발언대에 섰을 땐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원안 표결에 불참하느라 같은 당 의원 모두가 본회의장을 떠난 뒤였다. 그는 “제 삶의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설 거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지난달 24일 더민주의 ‘현역 의원 컷오프’ 대상에 오르자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밝힌 바 있다.
3선 의원인 그는 12년동안 애썼음에도 결국 실현시키지 못한 ‘의정 과제’를 말했다. 표의 비례성을 살릴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온 그는 “이제 곧 공직선거법이 통과될 텐데 아쉬움이 많다”며 “상생의 정치, 타협의 정치 하려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이 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직설과 위트로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던 그는 “(나는) 이제 못 들어오지만 여기 앉으신 분들 20대 국회에 많이 들어오실 텐데, 20대 국회에선 제대로 된 선거제도를 해주십사하는 말 드리려고 했는데, 이쪽(야당 가리키며)은 20대에 들어올 사람이 하나도 없나봐”라며 웃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유 의원은 또한 사형제 폐지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지난해 7월 유 의원이 동료 의원 171명과 함께 발의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은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그는 “19대 때 사형폐지법 발의했는데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어서 본회의에서 토론할 기회를 못 가졌다. 부결이라도 시켜주면, 전원위원회를 열어 토론이라도 해볼 수 있다. 172명이 낸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된 채 그대로 폐기를 맞는다는 거 문제 있지 않나. 총선이 끝나고 나서 4월이라도 법사위에서, 전원위에 모여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하며 마친다”고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본회의장에 남아있던 여당 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소속인 정갑윤 부의장은 “유인태 최고”라고 외쳤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더불어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2일 저녁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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