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5월 16일 사회의 혼란을 위압하듯 총소리가 한강에 울리고 군사혁명이 일어났다. 장도영 중장과 박정희 소장(왼쪽부터)이 나란히 서 있다.
“준전시? 지금이 계엄이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인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테러방지법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면서 지금 상황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자 한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이렇게 반응했다. 직권상정을 위해 헌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의 근거로 사용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문구는 ‘계엄’ 발동 요건을 규정한 헌법 제77조에 나온다. 지금이 계엄 발동이 가능한 위급 상황이라는 얘기다. 계엄이 선포되면 행정·입법권을 계엄사령부가 쥐게 되는 만큼, 법제처는 계엄과 관련된 헌법 77조의 ‘준전시’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법제처가 2010년 3월에 펴낸 <헌법주석서>를 보면 “‘전시’라 함은 ‘국제법적인 의미로는 무력을 중심으로 한 국가상호간 또는 국가와 외교단체 간의 투쟁상태’로서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으로 인한 위기를 말하고, ‘사변’이라 함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한 무장반란집단의 폭동행위’를 말하며,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라 함은 ‘위에 든 전시 또는 사변은 아니지만, 전쟁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외적의 침입,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 있는 무장 또는 비무장의 집단 또는 군중에 의한 사회질서 교란행위와 자연적 재난으로 인한 사회질서 교란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에 대해선 계엄 선포 요건을 규정한 ‘계엄법’에 한결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데, 이 법은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의 국가비상사태 해석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 또는 위해는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되어야 하며, 발생 가능성만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즉 예방적 계엄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국가의 존립 자체 또는 입헌체제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상태를 말하며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그 의미를 제한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정의화 의장 말대로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며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없었으면, 오늘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교육부와 문화부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이런 국회 일정 자체가 지금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반박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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