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김종인 난 선물’ 받고 화풀이를 하시라
2일 64살 생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축하 난을 거절했다. 자신을 돕다가 제1야당의 대표로 변신한 김 위원장을 향한 박 대통령의 ‘감정’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이 설명한 내용으로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이날 오전 9시7분, 더민주 대표 비서실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전화를 걸었다. 박수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이 난을 가지고 청와대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9시54분에 청와대에서 전화를 걸어와 “정중하게 사양하겠다”고 답했다. 더민주 쪽에서는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에 박 대통령 생일 축하 난을 보낸 적이 있다”며 거듭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청와대에서는 “정중하게 사양하겠다”고 답했다. 더민주 쪽에서 다시 “야당 대표가 보내는 난”이라고 설명을 했으나 “정중하게 사양하겠다”는 청와대의 답은 변하지 않았다. 축하 난을 보내겠다고 전화상으로 삼고초려를 했지만 ‘청와대’의 태도가 요지부동이었던 것이다.
축하 난을 직접 전달하려고 했던 박수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은 “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전화드려 대통령 생신에 축하 난 보내드리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고단한 삶을 사는 국민들이 짜증나는 정치 보시는데 설 명절 앞두고 작은 도리 보여드리려고 한 거고 실제로 그런 기대를 가졌다”며 “기자들이 난 가지고 가는 거 알고 있어서 말씀드리게 된 거고 유감의 뜻까지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비서실장은 “생신 축하 대신 유감 밝힌 건 죄송하다”며 “대통령님 생신 축하드리고 싶었던 마음 그대로 담아서 생신 축하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축하 난 거절’ 소식이 전해지자 한겨레 기자들은 저마다 촌평을 내놨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그냥 받아서 발로 한 번 차면 되는데…”
“받아서 망치로 깨면 되잖아.”
어떤 기자는 이번 사건을 ‘박통의 난’이라고 정의했다. 더민주 담당 기자는 ‘부치지 못한 난’ 사진을 올리겠다고 했다. 바로 이 사진이다.
사건이 화제가 되자 청와대는 “축하 난을 받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청와대 기자실에 내려와 “현재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이 난을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가지고 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처리가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 난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서 정무수석이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다”며 “VIP(박 대통령)가 나중에 보고를 받고 크게 질책을 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