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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의 박원순의 곽경택의…
조직이 약하고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은 특히 현수막 홍보에 목을 맨다. 전략은 저마다 다르다. 줄이 든든한 예비후보는 ‘인맥’을 활용한다.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친박) 실세인 유기준 의원의 지역(부산 서구)에 도전장을 낸 곽규택 예비후보 현수막엔 친형의 이름이 등장한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를 연출한 부산 태생 곽경택 감독이다.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형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말이 필요 없다. ‘서구친구 1 곽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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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울고 ‘4수’ 강조하고
새누리당의 인기 단어인 ‘진실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야당 후보도 등장했다. 국민의당 소속 고연호 예비후보(서울 은평을)는 ‘진실한 사람으로 은평을을 바꿉시다’는 구호를 내건다. 이 지역에 2008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비롯해 여러 차례 야권의 후보가 ‘낙하산’으로 들어왔지만, 자신만은 10년 넘게 유권자 곁을 지킨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또다른 목적도 있다. 고연호 예비후보 쪽 관계자는 “이 지역의 이재오 의원(새누리당)이 진실한 사람이 아니란 걸 지적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좌장격인 이 의원을 저격하기 위해 친박들이 쓰는 ‘진실한 사람’을 내세웠으니 ‘이이제이형’이라 할 수 있다. 온몸을 던진 ‘투신형’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역구(부산 영도)에 도전장을 낸 최홍 예비후보는 상반신을 노출한 사진을 현수막에 썼다. 그가 51살이던 2011년 당시, 20~30대 몸짱 청년들을 제치고 ‘쿨가이선발대회’에서 대상을 탔을 때의 사진이다. 최홍 예비후보는 “인생의 전환점인 50살에 새로운 도전을 했었고 이 경험으로 (지금의)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정표를 호소하는 ‘읍소형’은 후보들의 단골 전략이다. 더민주 전재수 예비후보(부산 북구강서갑)는 읍소에 ‘희망’을 실었다. ‘첫번째 32.8%, 두번째 38.5%, 세번째 47.6%’.점점 좋아지는 세차례 낙선 결과와 함께, ‘이길 때가, 바뀔 때가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진성호 새누리당 예비후보(부산 연제구)는 ‘저격수’를 자처하며 ‘셀프디스’를 한다. 현수막에서 그는 브이라인(V)을 강조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저격수다. TV조선 MC’란 구호를 외친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했다. 이후 새누리당에 복당한 뒤 지역구를 옮겨 2014년 재보선에선 경기 김포로 출마했으나, 또다시 공천 경쟁에서 탈락했다. 20대 총선에선 또다시 지역구를 고향인 부산 연제구로 바꾸는 ‘철새’가 되었는데, 이를 ‘고향으로 돌아온 저격수’라고 포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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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후보도…박근혜 마케팅은 여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예비후보들도 있다. 허용범 새누리당 예비후보(서울 동대문갑)는 현수막을 커다란 태극기로 채워 유권자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서갑원 더민주 예비후보(전남 순천·곡성)는 장석주 시인의 시 한 토막과 함께 ‘다시 서갑원입니다’라고 썼다. 서 예비후보는 17대, 18대 이 지역에서 연거푸 당선됐지만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후 사면받은 뒤 2014년 재보선에 나왔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한 건 치욕으로 받아들여지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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