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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안철수 지지’ 실체 없었다

등록 2016-01-27 11:23수정 2017-05-17 13:38

정치BAR_안철수 쪽 녹음 인정…없는 내용 ‘지지 근거’로 보도돼
지난 1월4일 새해 인사차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면담한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당시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최근 <월간중앙>에는 당시 두 사람의 비공개 면담 녹취록이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27일 “실무진이 녹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희호 여사에게 큰 결례를 범했고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 머리 숙여 사과한다. 관련자에게는 오늘 내로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4일 서울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의원이 4일 서울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사건은 안철수 의원이 전직 대통령 부인과의 대화를 양해를 얻지 않고 녹음을 했다는 ‘예의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희호 여사 예방 직후 <중앙일보>는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 여사가 안 의원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 “올해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석)를 가져가야 하는데”, “지난 (2012년) 대선 때 내가 좋아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마지막에 후보를 내려놓게 돼 안타까웠다”, “조금 강했으면,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한 모습이 보여 희망을 느꼈다”고 안 의원에게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 [단독] “꼭 정권교체 하세요, 꼭” 이희호 여사, 안철수 지지 http://news.joins.com/article/19364470

이에 이희호씨의 아들 김홍걸씨는 보도자료를 내서 “어머님께 직접 확인한 결과, 어머님은 안철수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하였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 어머님께서는 어이가 없어 하셨다”며 반박했다. 안 의원 쪽은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건 예의에 안 맞고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홍걸씨는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20여분간 면담했는데 (이 여사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셨겠나”고 반문했다.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는 얘기였다. 야권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사건 이후 호남 민심의 향배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고 정치를 안 하겠다던 김홍걸씨까지 더불어민주당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민의당 ‘실무자’가 녹음했다는 녹취록을 보면 ‘이희호의 안철수 지지’는 실체가 없다. 녹취록에 나오는 이희호씨의 발언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다.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안 의원 발언에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화답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월간중앙>은 이 녹취록이 ‘일부’라고 밝혔으나 만약 안 의원 쪽 주장에 부합되는 추가 녹취록이 있다면 이미 공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 관련 기사 : [단독입수] 이희호-안철수 1월4일 동교동 비공개면담 녹취록 공개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09866

이번 녹취 파문으로 안 의원과 국민의당이 입을 타격은 클 것 같다. ‘새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디제이의 후광에 기대려 했던 점은 이미 수차례 비판받았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왜곡해 활용했다는 점이다. 대화의 당사자인 안 의원에게 온전한 책임이 있다. 대화의 맥락을 전혀 읽지 못했다면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는 거다. 진의를 알고서도 악용을 방관했다면 ‘옳지 못한’ 정치인이다.

다음은 <월간중앙>이 공개한 녹취록.

안철수 의원 _ 제가 최연소 30대에 그때 대통령님 뵙고 인사드렸습니다. ○○대의회 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말씀 듣고 국가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30대 때부터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들고 싶었던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그것이 정말 가슴에 저는 와 닿습니다. 진심으로 꼭 만들겠다고 여사님께 약속 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 20년 전 말씀이신데, 지금 2016년 필요한 것을 20년 전에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루겠습니다.
이희호 여사 _ 이 모과가 앞에 있는 모과를 따서 만든 겁니다.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모과나무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안 의원 _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 여사 _ 꼭 그렇게 하세요.
안 의원 _ 꼭 건강하셔서 함께 그 광경 지켜보시면서 조언도 해주시고….
이 여사 측 _ 지금 (아프신) 핑계 김에 밖을 한 번도 안 나가십니다. 오히려 신체적으로 좀 무리가 났지. 감기라든지 독감이라든지 이런 계통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정도 실상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모시는 일 하나 외에는 없습니다. 제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정권에 계셨을 때는 관저에 있었습니다. 그때도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오셔서 저희 비서관들하고 의견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신께서 수용을 하시면 그 자리에서 한번 그 길로 가보지 하시고, 저희들하고 의견이 다르시면 ‘내 생각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시 한 번 하문하시고 그런 것을 많이 봤습니다. 주제넘고 외람된 말씀입니다마는 결정을 하는 과정이 조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렇게 해서 결정을 하고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는 제일 마지막에 무엇이든지 결정을 할 때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안 의원 _ 이번에 김성태 박사님, 김대중 대통령께서 지향하시는 방향과 정신에 대해서 정리를 세 장 정도를 (정리)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전날 제가 새로운 당이 나갈 방향과 거의 맞았습니다. 표현만 조금 달랐습니다. (소음) 김근식 교수도 저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학순, 김근식 교수님과 함께 이렇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쪽은 가지고 갈 겁니다.
이 여사 측 _ 사모님 덕담 한마디….(소음)
안 의원 _ 치료에 보태 쓰시라고 여기 놔두고 가겠습니다.(소음)
이 여사 _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의원 _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언니가 보고 있다 7회 '김무성의 도발과 안철수의 2가지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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