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양향자 “호남민심은 김종인의 ‘국보위 전력 유감’ 표명 원해”

등록 2016-01-27 09:09수정 2016-02-11 11:31

정치BAR_더민주 영입 뒤 첫 인터뷰
고졸 출신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중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양향자 선거대책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졸 출신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중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양향자 선거대책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넓은 필드에서 뛴다는 사실이 설렌다.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문재인 대표가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26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여상 출신 삼성 상무’라는 성공신화의 주인공답게 의욕과 도전의지가 넘쳐보였다. ‘정치 초년병’임에도 당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반한 호남 민심에 대해선 “지지가 성과로 나타나지 못하는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이라 진단했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선 “스스로는 부끄럽다 생각하지 않더라도, 유감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게 호남 민심”이라고 전했다. 30년간 몸담았던 삼성에 대한 애정도 여전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문제에 대해선 “유가족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유가족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삼성이 충분히 노력한 것을 봤다”고 신뢰를 보냈다. 당의 총선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목표와 프로그램이 불분명하다”며 ‘기업과 컨센서스 형성’이 선결과제임을 강조했다.

_______
정치하겠다고 하니 남편이 “이혼하자”
 

Q. 입당식 때 흘린 눈물이 화제가 됐다.
A. “주책이었지. 반도체인들의 눈물과 꿈을 얘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 

Q.30년 회사 생활에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A.“1987년 대선 때 사무실에서 모의 투표를 했다. 나는 김대중을 썼다. 비밀투표였는데 호남 출신이 나 혼자이다 보니, 다 드러나 버렸지. 모시던 분한테서 ‘그러면 안 된다’고 꾸지람을 들었다. 당시만 해도 호남에 대한 그런 게 있었다. 게다가 나는 고졸 아니었나. 그런 설움 때문에 내가 부산 남자랑 결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입당하기 전 그때 모시던 분한테 얘기했더니 반색하면서 ‘문 대표 있는 당 아이가? 가라’ 하시더라.” 

Q.정당에 들어가겠다니 가족이나 회사 동료들 반응이 어땠나.
A. “동료들하고는 의논 못했다. 당에서 비밀리에 해달라고 해서. 남편은 처음에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이혼하자’ 하더라. 그러면서 ‘누가 오든 아예 만날 생각도 말라’고 했다.” 

Q.어떻게 설득했나?
A. “내가 가족이 반대하면 힘들다고 했더니, 문재인 대표가 남편과 함께 보자고 하더라. 남편이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강하다. 문 대표와 오랜 시간 만난 뒤 남편 생각이 바뀌더라.”

 

_______
“언제 회사 그만두냐” 묻는 회사에 오기가…

Q.회사 다니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나.
A. “이런 얘기하면 ‘비호감’이라고 할텐데, 30년간 한번도 퇴사를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원체 가진 게 없었으니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재미도 있었다. 사실 반도체 분야는 기술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래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 6시에 출근해 회사 동료들한테 8시까지 물리·수학 개인과외를 받았다. 나는 그분들한테 일본어 가르쳐주고. 물론 유리천장을 실감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다. 아이 낳고 쉬다가 복귀해 승진 면접을 봤는데 떨어졌다. 6개월 뒤 면접을 다시 봤는데 또 떨어뜨릴 거 같더라. 그래서 면접관들한테 내 할 말만 하고 나왔다. ‘아이 낳은 게 잘못이냐. 왜 승진에서 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왜 나한테 자꾸 언제 회사 그만두냐, 남편이 뭐하느냐고 묻느냐.’ 묘한 악착·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 

Q.입당 회견 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 게 울림을 낳았다.
A.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면 어렵다. 아기 낳으면 밀리고. 여성들한테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라는 건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성에 대한 편견은 또 얼마나 심한가. 육아휴직하고 나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게 단절이다. 회사가 신입사원들한테 하듯이 재적응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해야 한다.” 

Q.청년들 문제는 어떤가?
A. “더불어콘서트에서 옆에 앉았던 친구가 아무리 원서 내도 취직 안 된다고 하소연하더라. 공무원시험 준비하는데, 돈 모아서 결혼하려면 쉰 살은 되어 있을 거라고. 일자리 문제를 풀려면 산업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도와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세금 많이 걷어갈까 궁리만 할 게 아니다. 사실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대기업도 상생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Q.정치, 정치인들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땠나.
A. “염증, 무관심이었다. 사실 정치와 기업은 굉장히 단절돼 있잖아. 회사에 있을 때는 ‘정치인과 기자는 멀리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거다. 정치라고 하면, 왠지 화합은 안 하고 운동하고 싸우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Q.정치 뉴스도 잘 보지 않았겠다.
A. “여러 뉴스를 접하기 시작한 건 임원이 되고 나서다. 그 전까지는 내가 하는 분야에만 관심 있었다.”

 

_______
“경제민주화·재벌개혁…기업과 컨센선스 있어야”
   

고졸 출신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중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양향자 선거대책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졸 출신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중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양향자 선거대책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Q.당이 혼란스러울 때 들어왔다.
A. “당 상황에 대해 많이 들었다. (전남 화순에 계신) 우리 엄마는 지금도 걱정한다. 진흙탕, 악의 축, 비리 온상. 이런 이미지니까. 문 대표하고 만났을 때도 이런 정치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에는 사명감, 소명의식이 생기더라.

Q.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좋지 않다.
A. “호남 정서는 내가 잘 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말씀하는 게, ‘우리가 제1야당을 얼마나 지지했냐. 그런데 계속 지기만 하고 우리한테 돌아온 게 뭐냐’는 거다. 이 당에 실망감이 큰 거다. 어중간하게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문 대표님한테도 그런 얘기 했다. 하려면 확실히 해야 한다.” 

Q.무엇이 어중간하다는 얘긴가?
A.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얘기만 하도 그렇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잡히지 않는다. 기업하고 어떤 컨센서스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경제민주화 백날 얘기한다고 되나? 기업은 그러면 ‘그래? 잘 해봐라. 우린 우리대로 가겠다’ 한다. 프로그램 이런 거 하나도 안 보이니 납득이 안 되는 거다. 기업 임원들은 경제민주화가 기업 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방해된다고 느낀다. 그러면서 ‘대체 국가가 기업을 위해 해준 게 뭐냐’하는 물음표를 자꾸 갖게 되는 거다.” 

Q.경제민주화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다.
A. “요즘은 관심이 생긴 게 사실이다. 왜 그게 필요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살펴볼 생각이다. 다만 기업이 잘한 부분은 정치가 벤치마킹해야 한다. 지금은 서로 이해가 부족하다.”

_______
“더불어콘서트·뉴파티위원회·선대위…많이 배운다”
    

Q.문재인 대표가 사퇴한다.
A.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문 대표가 그런 얘기를 했다. 인재영입 되고 당의 체계가 갖춰지면 백의종군하겠다고. 나는 호남 쪽 얘기 많이 들어서 ‘그래야 할 거다’라고 생각했다.” 

Q.김종인 선대위 체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A. “선대위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호남에서 문자를 많이 받았다. ‘(김종인 같은 사람이) 선대위원장 맡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다. 국보위 전력 때문에 그런 거다. 광주 더불어콘서트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더라. 상황이 심각하다. 내 생각엔 김 위원장 스스로는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더라도, 그쪽(호남) 정서는 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최소한의 유감 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게 호남 민심이다. 진심을 갖고 얘기하면 통한다.” 

Q.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를 대리했던 이종란 노무사가 당신의 입당을 비판했다.
A. “내가 그 부분을 담당한 사람은 아니지만, 팩트들은 삼성 안에서 공유됐다. 회사 시에이치오(CHO·인사담당 최고책임자)가 ‘우리는 직업병에 대해선 유가족이 납득할 때까지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그런 노력을 충분히 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력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삼성을 나와서 보면,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필요한 일이 주어지면 충분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유가족 입장도 이해한다. 자기 아이가 저리 됐다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용서가 안 될 거다. 지금 (삼성이) 하는 노력들이 유가족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삼성에서도 적절한 보상과 사과 있어야 한다. 

Q.정치권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뭔가?
A. “모든 문제가 다 산업과 연관돼 있다. 여성이 힘들었던 것도 산업을 위해서 그랬던 거다. 청년 문제도 경제가 발전해야 풀린다. 여성과 청년이 어떻게 해야 산업이 발전할 것인지, 시너지가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밑바닥부터 7단계 승진하면서 모든 것을 경험했다. 나만큼 이해가 풍부한 사람이 없다. 정치에서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해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Q.염두에 둔 출마지가 있나
A. “영입 단계부터 전혀 그런 얘기가 없었다. ‘만약 출마한다면 어느 지역으로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광주다. 중요한 건 총선 승리다. 요청이 들어오면 전국에 다 갈 거다. 광주에서 와서 일해달라고 하고, 당에서도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하면 가야하지 않겠나.” 

Q.당에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
A. “더불어콘서트 참여하고, 뉴파티위원회, 선대위에도 들어가 있다. 거기서 영입인사들 각자가 정치인이 아니었을 때 정치권을 바라봤던 시각을 다 이야기한다. 신선하고 와닿는 얘기들이 많다. 많이 배운다. 넓은 필드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설레고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Q.삼성 쪽 반응은 어떤가.
A. “삼성에서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얘기해주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를 진짜 생각하는 분들은 처음 입당한다고 했을 때 ‘미친 거 아니냐’고 했다. 지금도 비슷한 거 같다. 하하.” 

이유주현 기자 monad@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6.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7.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