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 처음 나와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윤 위원장은 신병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날 처음 당사에 나왔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윤여준(77)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22일 ‘노구를 이끌고’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창당준비위원장직을 수락한 뒤 2주 만에 처음으로 창준위원장 행보에 나선 것이다. 윤 위원장은 창준위원장 수락할 당시에도 신장질환 때문에 입원해 공식적인 기자회견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8시35분에 안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윤 위원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입원했는데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아마 (내가) 일하기 싫으니까 핑계 댄다고 생각했는지 전혀 포기 안 하고 끈질기게 하셔서 계속 사양만 하다가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던 것”이라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비교적 솔직히 설명했다. 안 의원 쪽도 윤 위원장의 합류를 밝히며 “십고초려를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윤 위원장은 그래도 미안하다고 했다. “사실 완전히 회복이 덜됐다고 의사가 그러는데 너무 오래 누워있어도 애쓰시는 분한테 민망”했고 “입원해 있는 동안 핸드폰을 가지고 있질 않아서 기자 여러분이 전화를 엄청 많이 하셨을 건데 하나도 받질 못”했다며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싶어서 이야기하고자 나왔다”는 것이다. “한상진 위원장은 1인 2역을 했을 텐데 미안하고 감사하다”고도 했다.
창당 준비에 들어간 국민의당은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뇌물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신학용 의원의 합류 등으로 당의 노선·정체성의 혼란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당내에서는 “위에서 틀어쥐고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윤여준의 공백이 크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위기감이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은 윤 위원장을 ‘야전’에 복귀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야전 사령관’ 윤여준의 임기는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윤 위원장은 “2월2일 창당대회를 하면 창준위는 자동적으로 없어진다. 내 역할도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선대위원장같이 4월 총선 때까지 중책을 맡기에는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윤 위원장은 ‘이승만 국부’ 발언을 두고 “열흘 남짓 세상과 격리된 채로 누워서 그 당시에는 몰랐다. 어차피 한 위원장 자신이 충분한 해명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설명하셨으니까 거기에 특별히 토 다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영입과 박영선 의원 잔류 등은 ‘국민의당 효과’라고 평했다. 윤 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서 당 만들지 않았으면 (더민주가) 저렇게 변화했겠느냐”며 “더민주를 김종인이나 박영선이 힘을 합쳐서 정말 좋은 정당으로 바꾼다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좋다. 선의의 경쟁은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매주 회의에 나오냐’는 질문에 “잠깐 참석하고 와서 쉬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한 윤 위원장은 “제가 아직은 힘이 부친다. 1주일에 3번은 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전화 못 받은 거 다시 좀…”이라며 기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회견을 마쳤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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