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2시 청소년녹색당이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녹색당 제공
정당은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가? 더 들어가 보자. 미래에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할 게 자명한 길고양이의 목소리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정당이 있다. 바로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지난 16일 ‘청소년녹색당’을 출범시켰다. 청소년녹색당은 당헌상의 근거를 갖고 활동하는 국내 유일의 청소년 당 조직이다. ‘당헌상의 근거가 있는 청소년 정치 조직’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은 이유는, 현행 정당법에서 당원의 자격을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제한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살 이상의 투표권을 가진 사람만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 정의당’이라는 조직이 있지만 정당법 조항 때문에 정의당은 이들을 정식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녹색당은 투표권 가진 자만이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정당법 조항에 저항하며 당헌에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보장했다. “우리 당의 가치와 강령, 정책에 동의하는 이는 나이,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든 소정의 절차를 밟아 당원이 될 수 있”(당헌 4조)으며 “당내 청소년당원들의 활동을 위해 청소년 당원모임을 둘 수 있다”(당헌 18조)는 규정이 그것이다. 청소년녹색당은 정식 출범 전부터 녹색당의 ‘평등문화 TF’에 참여하여 연령주의 문화를 타파하는 활동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국회의 선거권 연령 18살 하향 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고교생 제외’라는 단서 조항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투표권이 없는 19살 미만 청소년 52명이 청소년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녹색당은 “청소년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쟁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청소년 권리 실태조사 등을 전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에는 녹색당의 ‘동물권 선거운동본부’가 뜬다. 동물권 보장을 당이 지향하는 주요한 가치의 하나로 전면에 내걸고 총선을 치르겠다는 얘기다. 녹색당은 “동물들이 물건으로 취급받는 사회에서는 사회 약자들도 언제든지 폭력과 차별에 희생될 수 있다”며 “동물이 소유물이나 전시품,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명으로 존중받길 희망한다”고 했다. 녹색당이 일찌감치 경선으로 선출한 비례대표 1번 황윤 후보가 동물권 보장에 앞장선 영화감독이라는 점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23일 오후 1시 서울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열리는 출범식에서는 ‘녹색당 동물권 정책’이 발표되고 실험동물·농장동물·반려동물·길고양이·야생동물·전시동물 등 동물권과 관련한 분야별 담당자들의 토크쇼도 진행된다.
녹색당의 ‘이색’ 행보는 정당이 대변해야 할 소수자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녹색당은 청소년이나 동물권의 문제는 특수해 보이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주제라고 설명한다. 김수민 녹색당 총선대책본부 대변인은 “역사가 발전하면서 여성이나 빈민도 투표권이 생겼는데 참정권은 유독 연령에 제약이 심했고 그래서 차별받고 있는 계층이 청소년”이라며 “인간에 억압받는 상황에서 동물권을 통해서 인권에 대한 생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녹색당이 청소년과 동물권에 주목하는 건, 남들이 무관심한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차원을 넘어 더 심화하고 보편적으로 생명의 존엄에 접근하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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