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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 “깊히”…정치인의 맞춤법

등록 2016-01-13 17:21수정 2016-01-15 12:52

정치BAR_공개 문서에 ‘오자’ 쓰는 정치인의 국어 실력

정치인들은 종종 맞춤법을 틀린다. 이제는 쓰지 않는, 학창 시절 배운 맞춤법을 고수하다 생기는 ‘사고’도 있지만, 변명의 여지 없이 틀린 표현인 것도 많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에 ‘글’에 약한 게 당연하다는 분석도, 믿거나 말거나, 있다.

1. 반기문의 “기리”

“총리님께서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평생 남기신 족적은 후세에 기리 남으리라 사료되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구순을 맞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축하편지를 보냈다. 유엔 마크가 찍힌 사무총장 용지에 타이핑을 했기 때문에 공식 문서로 느껴지는 외양을 갖췄다. 그러나 반 총장의 ‘국내용 몸풀기’라는 분석까지 담긴 이 편지엔 애석하게도 맞춤법 문제가 있다. 김 전 총리쪽이 12일 공개한 편지 원문을 보면 ‘기리’가 눈에 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는 ‘기리’가 아니라 ‘길이’다. ‘길이’는 애국가에도 나온다.(“길이 보전하세”) “계속 건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에 사용된 ‘건안’ 역시 건강과 안녕의 줄임말로 보이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는 낱말이다. “건강하신”, “이루시기를”처럼 과한 존댓말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2. 한상진의 “깊히”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깊히 새겨 실천하겠습니다.”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방명록에 ‘오자’를 남겼다. ‘정도가 심하게’라는 뜻을 가진 부사는 “깊히”가 아니라 “깊이”다. 안철수 의원도 2012년 강원도 원주 밝음신협을 찾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꿈(꿈꿉)니다”라고 적었다가 대변인의 지적을 받고 수정했던 적이 있다.

3. 이명박의 “받치겠읍니다”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

대선후보 이명박은 2007년 6월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않겠읍니다(않겠습니다)’, ‘받치겠읍니다(바치겠습니다)’는 틀린 표현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 날에도 국립현충원을 찾아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 국가를 만드는 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적었다. ‘받치’가 아니라 ‘바치’라고 배우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세월에는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건 1989년 3월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나온 내용이다.

4. 그리고 박근혜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서 활기찬 기업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2013년 1월 9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직전 대통령과는 다른 완벽한 맞춤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발음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최근 B-52 전력폭격기(전략폭격기) 전개는…”
“국개(국가)간 공조도 어렵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토대로 한 우리의 성장전력(성장전략)…”
“개혁과저(개혁과제) 중에서도…”
“역사적인 노소정(노사정) 대타협으로…”

-2016년 1월13일 신년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글’에만 능한 걸까. 김대중·노무현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을 했던 강원국씨는 이렇게 말했다. “말과 글에 능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그건 생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통치는 말과 글로 한다. 말과 글을 잘해야 국정운영을 잘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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