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막무가내 대통령과의 싸움은 지옥일 수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본청 1층 로비에서 기자들로부터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 직권상정 여부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어제 (이미) 내가 그 이야기를 다 했다. 여야가 각자 당의 사정이 있으니까 서로 (입장을)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다.”(정 의장)
“여야의 합의 시한은 언제로 보나?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을 처리할 본회의를 8일에 열 수 있을까?”(기자)
“아 진짜, 모르겠어요. 지옥회의, 지옥회의” (정 의장) 정 의장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정 의장의 ‘지옥회의 발언’을 놓고 기사가 쏟아졌다. 대부분 “정 의장이 ‘지옥회의, 지옥회의라며 여야 협상 중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취지”였다. 한 방송사는 <“지옥회의, 지옥회의” 깊은 한숨…국회의장은 괴로워>라는 영상도 내보냈다. 이 보도는 모두 ‘오보’였다. 의장실에선 정 의장이 “지옥회의, 지옥회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지오케이, 지오케이(GOKㆍGod Only Knows)”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구 획정안과 노동 5법 등 쟁점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신만이 알고 있다’”는 게 정 의장의 답변 취지다. ‘지옥회의’와 ‘지오케이’의 발음이 비슷한 탓에 기자들이 착각을 한 것이다. 기자들이 실수를 한 나름의 사정도 있다. 두 단어의 발음이 무척 비슷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연계 처리’라는 청와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 속에서 고차함수를 풀어내야 하는 정 의장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어서다. 지난 4일 신년인사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정 의장을 앞에 두고 “정치가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줘야 한다”며 또 다시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처리를 요구했다. 하다못해 청와대 참모진들도 지난달 중순부터 “(국회가) 제 밥그릇만 챙긴다”, “(정 의장이)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며 ‘저속한 표현’으로 정 의장의 신경을 긁어왔다. 입법부를 행정부의 거수기쯤으로, 입법부 수장을 정권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국회법을 따르고 의회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국회의장에게는 ‘지옥’은 아니어도 ‘참기 힘든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