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북핵 문제 합의 핵심 역할”…과한 평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인재영입 3호'로 영입한 이수혁 초대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와 입당원서를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노 대통령과 함께 파병 문제로 노심초사하던 이 사무차장의 눈이 커졌다.
“정말 그런 방안이 있습니까?”
“3000명 규모의 비전투병을 보내되, 특정 지역의 재건사업과 치안을 전담하는 방안입니다.”
“정말 그 방안이면 미국이 만족하겠습니까?”
“틀림없습니다. 속으로야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감사하다고 할 겁니다.” 이 사무차장은 이 차관보를 데리고 노 대통령한테 바로 보고하러 갔다. 노 대통령이 크게 기뻐했음을 물론이다. 참여정부는 이런 추가 파병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해 부시 행정부와 협의를 거치고 현지 조사를 마친 뒤 실행에 옮겼다. 2004년 8월 2500명(서희·제마부대 포함 3000명 이내) 규모의 독립 여단급 파병부대를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 파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한테서 “현실을 고려할 때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는 말과 함께 감사 인사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대연정 불씨 키운 독일총선 보고서 참여정부 3년차인 2005년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들끓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9월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단독 회동 뒤 ‘대연정’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달여 뒤인 2005년 10월6일 청와대는 정책고객서비스(PCRM)에 등록된 교수·기자·여야의원과 당직자 등 모두 3만8812명한테 ‘(9·18) 독일 총선 전후 정치분석’이라는 A4 32장 분량의 보고서를 일괄 발송했다. 이 보고서를 “감명 깊게 읽었고, 한국 상황과 비교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후감’도 함께 발송했다. 보고서는 ‘의회해산→조기총선’의 배경을 짚고, 결국 독일 정계는 ‘경제개혁과 기민-사민당 대연정’이라는 해법을 모색하리라는 결론을 담고 있다. 그러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즉각 기사와 사설로 당시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던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연결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노 대통령이 “감명깊게 읽었다”고 밝힌 보고서의 작성 주체가 바로 이수혁 당시 독일대사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인재 영입 3호’ 사례로 소개한 이수혁 단국대 석좌교수와 관련된 일화다. 이 교수는 2007년 국가정보원 제1차장(국외 담당)으로 공직을 마무리했지만, 전형적인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1975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에 들어섰고, 외교통상부 차관보 겸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유고슬라비아 대사, 독일대사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 시절이 그의 관료 생활의 정점이었다. 그는 부지런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이라크 파병 및 대연정 논란 와중에 그가 보인 행보가 드러내듯 최고 리더의 의중을 읽는 정무 감각도 출중하다. 요컨대 외교관으로서의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겸비한 인물이다. 다만, 대다수 외교관이 그렇듯이 그 또한 ‘신념’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아니다. "북핵 해결 핵심 역할" 과한 포장 사실 확인 차원에서 덧붙일 말이 있다. 우선 “북핵 문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분”이라는 문재인 대표의 소개는 과한 측면이 있다. 이수혁 교수는 1~3차 6자회담에 한국쪽 수석대표로 참여했다. 3차 회담까지는 6자회담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동북아 탈냉전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9·19공동성명은 이수혁 교수와 직접 관련이 없다.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합의·채택하기까지 핵심적인 구실을 한 정부 쪽 인사는 노 대통령,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보 겸 6자회담 수석대표, 이종석 사무차장,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 등이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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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인재영입 3호'로 영입한 이수혁 초대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와 입당원서를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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