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 ‘김보협의 더정치’ 4회 텍스트
유승민 축출
유승민 축출
2015년이 저물던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는 <정치BAR>의 웹방송 ‘김보협의 더정치’ 공개방송이 열렸습니다. <한겨레> 토요판에 ‘2017 오디세이아’ 연재를 끝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를 모시고 성한용 선임기자, 이유주현 기자가 한자리에 모여 2015년 한 해를 돌아보고 2016년을 전망하는 다섯 가지 대화를 나눴는데요. 두번째 이야기 마당은 ‘유승민 축출’입니다. 박성민 대표는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때 누군가 그 사람과 싸워주길 바라는데 여당에서라도 그 역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 편처럼 들린다”며 “대통령과 맞서는 사람들을 국민들이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텍스트로 만나보시죠.
김보협 두번째 주제입니다. 올해 정치 분야 뉴스에서 빠지 수 없는 게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입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유승민의 숙청’이라는 표현 썼는데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섰다가 이런 말을 하고 유유히 사라졌죠.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아직도 불편하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고 박 대표는 유승민이 단기적으로 졌지만 장기적으로는 개혁적보수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죠.
박성민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5년 단임이기 때문에 다른 정당으로 넘어가는 건 명백히 정권교체라고 하죠. 김영삼에서 김대중, 노무현에서 이명박. 같은 당에서 대통령이 바뀌는 것도 속성을 들여다보면 정권교체의 성격이 다 있어요. 전두환에서 노태우도 약간 긴장과 갈등 속에서 넘어갔고 노태우에서 김영삼도 굉장한 긴장과 갈등으로. 김영삼과 이회창의 관계도 긴장과 갈등의 관계였어요. 김대중과 노무현의 관계도 그랬습니다. 노무현과 정동영의 관계도 그렇죠. 이명박과 박근혜의 관계도 그렇다고 봐요. 정권교체의 여론이 높다고 해도 박근혜가 이긴 것에는 정권교체적 성격이 있습니다.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넘어갈 때도 그런 게 있었거든요. 영남 사람이고 3김 지역주의를 반대했고. 그때마다 느낀 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나 후보된 사람들 보면 대통령 말 잘 들어서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서 됐기보다 대체로 대통령과 맞서서 후보직을 쟁취하고 대통령된 거 아니냐. 박근혜도 세종시 수정안 반대하면서 후보가 된 거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중들은 이런 걸 원하고 있는 거 같아요. 현직 대통령 인기 떨어질 때 분노할 때 누군가 그 사람과 싸워주길 바라죠. 야당의 대표라면 더 좋겠지만 야당에서 그걸 못하면 여당에서라도 그 역할 하는 사람 있으면 우리 편처럼 들리기도 하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 인기 떨어지는데 분노하는 사람 생기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행복해보이면 사람들은 미쳐요. 저분이 밤에 잠도 못자고 그러면 좋은데 ‘나를 대신해서 저 현직 대통령이 밤에 잠 못자고 뒤척이게 하는 사람 있으면 내가 지지할 거야’. 이명박한테는 그게 박근혜죠. 박 대통령도 유승민 때문에 화가 난 거 같지 않습니까. 정의화 의장도 박 대통령 때문에 일약 스타가 되고 있는 거죠.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음으로서 그분들이 가능성을 갖게 되는. 대통령 선거는 정권교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맞서는 사람들을 국민들이 지도자로 인정하는 거죠.
김보협 원래 김무성이 “할 말은 하겠다”고 대표가 됐는데 그 공약을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박성민 박 대통령 레임덕이 굉장히 일찍 왔어요. 작년에 청와대 문건 유출됐을 때 지지율 29%까지 떨어졌습니다. 레임덕 징후는 3가지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관철시키지 못해요.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패배했고 황우여 밀었는데 정의화 의장 당선될 때 101표 얻었어요. 청와대가 밀지 않은 후보가 100표 넘는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당 대표 선거에서도 밀었을 거라고 짐작하는 후보들이 아닌, 새로운 당·청 관계 예고했던 김무성 대표가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원내대표도 유승민이 됐습니다. 두번째는 정책을 관철시키지 못해요. 유승민 되고 나서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했어요. 대통령 정책에 대해 대놓고 반기를 들었죠. 세번째는 기밀이 새나갑니다. 권력기관, 검찰·경찰이나 국정원, 국세청이 갖고 있는 정보들이 굉장히 예민해서 대통령 힘이 빠졌구나 싶을 때 그 다음 정권을 향한 줄서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균열이 보이면 탁 튀어나갑니다. 작년에 문건 유출 사건 나왔을 때 일간지에까지 흘러가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대통령의 위험한 레임덕 징후로 보였는데. 5월 초로 기억하는데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야당이 처음에 공무원 연금 개혁 관련해서 국민연금 개혁안 붙여서 왔잖아요. 그때만 해도 청와대가 힘이 달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김무성-유승민 체제로 권력이 넘어가던 시기였고. 문건 유출 사건 때 케이-와이라고 해서 ‘김무성과 유승민이 모두 장악했다’ 해석되던 시기였으니까 첫번째 공무원 연금안 통과시키려고 했던 날, 아마 5월6일로 기억하는데 그거 통과시켰다면 아마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힘은 더 빠지고 김무성-유승민으로 권력이 넘어갔구나 하면서 급속도로 권력이 이동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무성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의 얘기를 듣고 그날 처리하지 않죠. 그 사이에 야당에서는 원내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로 바뀌고. 청와대에서는 조윤선 정무수석이 그만둡니다. 그 다음에 국회법 개정안이 붙어왔는데 이 문제 처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6월25일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얘기하면서 유승민 강하게 비판해서 문제가 되고. 처음에 공무원 연금만 왔을 때 그때 통과시켰다면 김무성 대표한테 힘이 쏠렸다고 봅니다. 두번째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 6월25일 청와대가 그렇게 얘기했지만 만약 김무성 대표가 “이건 대통령 말씀도 다 옳은데 최고위원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자유투표 맡겨서 압도적인 다수로 통과시킨 거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만둬야 한다면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게 맞다”고 버텼다면 그러면 새로운 당·청 관계가 될지 모르는데 그때 꺾였어. 그때 대통령이 힘을 회복했고, 8월에 북한과 대치 국면에서 힘을 얻으면서 지금까지 가고 있죠.
이유주현 박성민 대표가 쓴 글 중에 ‘문재인은 강한 사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글 있었는데요. 그러면 유승민에게도 사자의 피가 흐르는가 질문 던지고 싶습니다. 앞으로 사자이기를 증명하려면 총선에서 공천 못 받아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든지, 출마하지 않든지 그런 경우가 있을 것이고. 공천 못 받아서 당선 안될 경우에 자신의 세 불려서 갈 수 있을지. 따뜻한 보수, 합리적 보수로 기치 내걸고 이념전선 만들 수 있는지. 대선 후보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지. 유승민의 정치적 기질 어떻게 평가하고 그 이후의 경로를 전망하시는지.
성한용 정치라는 게 누가 옳으냐 가리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누가 이겼냐,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선이 되고 진 사람은 악처럼 되고 이게 정치의 특징입니다. 새누리당에서 보면 누가 봐도 유승민, 정의화, 김무성 이런 사람들과 당쪽이 옳은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무릎을 꿇고 박근혜가 선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는데요.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 정치에서도 증오의 배제의 정치가 승리하고. 교과서에서는 타협과 대화의 정치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게 정치의 본질적인 속성인지 우리나라가, 미국 정치에서 잘못 배운 과도기의 현상인지 궁금합니다.
박성민 이런 말을 하면 욕먹을 수 있어 조심하는데. 욕 먹을 각오로 하면 정치는 좋은 사람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사람이 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인, 군인, 기업인은 결과로 말하는 직업들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보다는 강한 사람이 실적을 냈어요. 여기서 말하는 강한 사람은 단점이 많아요. 단점이 많지만 강점이 많죠. 좋은 사람은 장점이 많은데 약점이 많아요. 좋은 분들은 교수를 하시거나 언론인을 하시거나 시민운동을 하시거나. 정치에는 잘 안 맞죠. 10년 전에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는 책을 썼다가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건 빌 클린턴이 한 말입니다. 빌 클린턴이 “틀렸더라도 강한 것이, 옳더라도 약한 것을 이기는 게 정치다”라고 했죠. 이라크 전쟁 때문에 그랬거든요. 2004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 보면서 부당한 전쟁인데 조지 부시는 굉장히 강하게 얘기했어요. 틀렸더라도 강하게 주장을 하니까 믿게 돼있다는 겁니다. 괴벨스가 한 말이 있어요. “거짓말도 큰 소리로 반복하면 대중은 반드시 믿게 돼있다.” 아무리 옳더라도 확신에 차지 못해서 긴가민가 얘기하는 사람보다는 확신에 차서 얘기하는 사람이 이기게 돼 있는 게 정치입니다. 기업인도 그렇고 군인도 그래요. 플라톤은 철학자로 아시지만 플라톤은 군인입니다. 트로이 전쟁 끝나고 페르시아 전쟁 끝나고 펠레폰네소스 전쟁 지고 나서 스파트타를 이상국가로 생각했고. 플라톤의 예에서 동굴의 예가 있어요. 동굴 밖에서 태양을 보고 진리를 깨달았는데, 플라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귀환한 것. 제가 ‘2017 오디세이아’라고 했는데 오디세우스도 귀환하는 거거든요. 트로이 전쟁 끝나고 귀환해요. 마지막에 온갖 유혹이 있는데 텔레마크수 아들이 있고 페넬로프 부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귀환하는데 그런 강한 사람이 하는 겁니다. 돌아온다는 건, 인터넷에서 익명의 섬에서 발가벗겨지고 욕설이 난무하고 이런 판으로 돌아간 겁니다. 플라톤은 그렇게 돌아간 것입니다. 반면에 스토아 학파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로마 황제가 있는데 명상록으로 유명하잖아요. 황제인데 전쟁터에서 명상록 쓸 정도로 고뇌가 많은 사람이에요. 문재인 대표가 그런 분일 거 같아요. 정치 안 한다고 했는데 불려나와서 앞으로도 못 가고 뒤로도 못 가고 매일밤 고뇌하는 거죠. 내가 대표를 사퇴를 하고도 싶고 사퇴를 하면 지금까지 해놓은 게 다 무너질 거 같고. 안철수 잡으려고 하고 싶긴 한데 이쪽에서 이럴 거 같으니까 고뇌하는 거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어거스틴이라고 하는 아우구스티누스, 교부철학 만드는 사람은 플라톤 철학을 가지고 와서 신으로 귀의했어요. 이런 사람은 종교인이 되거나 학자가 되거나 언론인이 되거나 판검사가 되면 돼요. 그런 면에서 보면 문재인이나 안철수,유승민, 사실은 지도자라는 건 영웅이 돼야 합니다. 영웅의 서사 구조는, 아주 두려운 적이 있어요. 악, 적, 간혹 보면 외계인이 쳐들어온다고 봐도 돼. 대중들은 두렵긴 하지만 저항하지 못해요. 힘이 없어서. 누가 대신 싸우길 바라는데 대신 싸워주길 바랐던 검찰이나 경찰이나 공무원이나 이런 사람들은 적과 내통하거나 무능해요.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주길 기다려요. 그때 짠하고 나타나는 사람들 있잖아요. 배트맨, 슈퍼맨, 짱가. 박정희·전두환 무서운 독재가 있는데 두려워서 저항을 못해요. 대신 싸워줄 줄 알았던 야당은 사쿠라가 됐고 교수, 언론은 어용이 됐고. 새로운 지도자 나타나길 바라는데 짠하고 김영삼 김대중이 40대 기수론 들고 일어나 정권과 싸워요. 함께 손잡고 87년에 독재정권 무너뜨립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영웅이 되는 겁니다. 영웅에 흠이 생겨도 계속 따라가줘요.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걸 해결해준 사람이니까.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유승민이든 해야 할 일은 대중들이 분노 느끼는 어떤 것에 대해 저항해서 뭘 풀어줘야 합니다. 이분들이 아직 지도자가 아닌 것은 그런 싸움을 해본 적이 없는 거죠. 영웅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양김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해결한 분. 두번째는 싸우다 죽어요. <사막의 라이언>의 앤서니 퀸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그럴 수 있어요. 장렬하게 전사하는 거죠. 그래도 영웅은 되는 거야. 내가 뜻은 못 이뤘지만 내 뒤에 오는 누군가가 이거 이뤄줄 거다. 세번째는 첫번째 짠하고 나타났다가 작살이 납니다. <취권>에서 성룡이 나타났다가 무지하게 깨져요. 산속에 들어가 수련을 막 해. 단련돼서 나타나 악을 물리치는. 이런 버전도 있어요. 모세가 출애굽할 때 애굽에서 나약한 지도자였는데 40년 단련받아서 출애굽 시켜요. 문재인·안철수도 처음에는 작살이 난 거죠. 다시 한 번 내공을 쌓아서 나아질 수 있는지 지켜보자는 겁니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유승민이든 이런 정치적 시련을 겪으면서 올라오는 것이고 주문하자면 본인들 내공이 강해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국민들이 절망하는 지점 하나를 돌파하는 분이 지도자가 될 겁니다.
정리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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