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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지지 청년단체, 피 뽑으며 ‘노동개혁’ 촉구

등록 2015-12-30 10:16수정 2015-12-30 10:22

정치BAR_ “쇠파이프 대신 피를 보여줍시다"
“우리는 쇠파이프 대신 여러분의 피를 보여줍시다! 일자리 찾는 여러분의 피가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붉은 열정으로 타오르는지를 국민 여러분께 보여줍시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앞줄 오른쪽)과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청년위원회와 청년단체가 함께 연 '노동개혁 연내 입법 호소 헌혈대회'를 마친 뒤 헌혈버스에 올라 헌혈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앞줄 오른쪽)과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청년위원회와 청년단체가 함께 연 '노동개혁 연내 입법 호소 헌혈대회'를 마친 뒤 헌혈버스에 올라 헌혈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난데없이 청년들의 ‘뜨거운 피’를 갈구하는 섬뜩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용남 의원이 청년들에게 ‘헌혈’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이날 김 의원과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회, ‘노동개혁 입법 촉구 청년단체연합’이 공동주최한 ‘청년과 함께하는 노동개혁 연내 입법 호소(헌혈) 대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사를 소개하면서도 “(청년들이)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선언문 낭독에 이어 청년들이 자신들의 피를 바치는 헌혈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자극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관심법안’인 노동 5법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노동개혁을 위해 ‘피까지 뽑겠다’고 나선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절규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 저희 정말 가슴이 저민다. 오늘 여러분이 헌혈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국민 앞에 현실에 대해 고발하는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무성 대표)

“갑자기 이런 문구가 생각났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일자리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청년 일자리 만들기 위한 헌혈 캠페인이 꼭 그와 같은 호소를 (여러분이) 저희들에게 하시는 것 같다.”(원유철 원내대표)

“끝까지 발목 잡는 야당과 민주노총의 반대로 (노동 5 법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참으로 답답하고 자괴감까지 든다. 청년들이 ‘(이런 상황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헌혈을 통해 애절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송구하다.” (황진하 사무총장)

헌혈 대회의 취지는 두 가지다. 메르스 여파로 헌혈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시에, 심각한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알려 노동 5법의 연내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굳이 자신들의 피를 뽑는 ‘헌혈’이라는 방식을 택한 건 청년단체들이었다고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예전에도 청년단체들이 (노동개혁을 촉구하며) 자극적인 (헌혈) 퍼포먼스를 했는데 제대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해, 이번에 다시 기획한 것 같다”고 했다. 헌혈 대회에 참여한 ‘청년이 여는 미래’,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청년보수연합, 자유대학생연합 등 7개 청년단체는 대부분 극우·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다. 국회에 노동 입법 통과를 압박하며 ‘한 끼 단식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새누리당의 각종 행사·회의에 나와 야당을 비판한 ‘청년 단체’도 이들이었다. 정부·여당의 ‘여론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식’에 이어 ‘헌혈’ 행사까지 기획한 것이다.

행사장 밖에는 헌혈 버스 3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내부 행사가 끝난 뒤 일부 새누리당 청년 당원과 청년단체 회원은 팔을 걷고 피를 뽑았다. 청년들 앞에서 ‘죄송하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아무도 헌혈 버스에 오르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만 조용히 헌혈을 하고 돌아갔다.

‘여러분의 피를 보여달라’고 목청을 높였던 김용남 의원도 피를 뽑지 못했다. “최근 1년 안에 국내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헌혈이 거부됐다”고 김 의원 쪽은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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