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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안철수 ‘결정적 순간’ 7가지

등록 2015-12-14 16:35수정 2015-12-14 16:53

정치BAR
짧지만 다이내믹한 그의 정치인생 정리
안철수 의원(무소속)처럼 농밀한 정치 인생을 걸어온 정치인도 없을 것 같다. 짧지만 드라마틱하게 굴곡진 그의 정치 역정을 7가지 키워드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1. 양보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포옹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포옹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아무런 조건도 없습니다. 제가 출마 안 하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 되셔서 그 뜻 잘 펼치시기 바랍니다.”

딱 세 마디였다. 2011년 9월7일,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돌아온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흔쾌히 ‘양보’했다. 같은 해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자리를 내놓은 직후부터 안 원장은 유력한 시민 후보로 주목받았고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터였다. 9월4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36.7%의 지지를 얻어 2위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17.3%)을 압도했다.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은 5%였지만 안 원장은, 시민운동 1세대인 박 변호사를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2. 출마

안철수 후보가 9월19일 서울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는 정치 쇄신을 강조했다. 한겨레 김정효
안철수 후보가 9월19일 서울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는 정치 쇄신을 강조했다. 한겨레 김정효

헌신적 행보에 감동한 사람들은 그가 더 큰 꿈을 꾸길 바랐다. 대선을 3개월 앞둔 2012년 9월19일, 드디어 그가 응답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그는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며 당 없는 캠프, ‘진심캠프’를 꾸렸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도전이었다.


3. 사퇴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캠프 인사와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떠나고 있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문재인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할 뜻을 밝히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캠프 인사와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떠나고 있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문재인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할 뜻을 밝히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대통령 후보 안철수’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공식 출마 선언 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물론 3자 대결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당해낼 수 없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는, 출마를 선언한 시점부터 안 후보를 괴롭혔다. 야권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에게 뒤졌다. 단일화 협상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은 여론조사 문구와 방식 등을 두고 ‘룰’을 정하지 못했다. 후보 사퇴 시한은 다가오고 양쪽의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달았다. 안 후보는 끝이 안 보이는 치킨 게임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후보 등록 개시 시점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4. 창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오른쪽 셋째)의 신당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하고, 5일 오전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송호창 새정추 소통위원장, 윤장현·박호군·윤여준 공동위원장, 안철수 의원, 김효석·이계안 공동위원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무소속 의원(오른쪽 셋째)의 신당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하고, 5일 오전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송호창 새정추 소통위원장, 윤장현·박호군·윤여준 공동위원장, 안철수 의원, 김효석·이계안 공동위원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선 뒤 미국에서 한동안 휴식기를 갖던 안 전 후보는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삼성 X파일’ 떡값검사의 실명을 공개해 의원직을 잃은 바로 그 지역구였다. 비판도 나왔지만 안 전 후보는 60.46%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그의 무난한 당선을 도왔다. 같은 해 11월에는 ‘새정치’ 구호를 내걸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계안·김효석 전 의원 등 사람들이 모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을 맡아 창당 작업을 주도했다. 2014년 1월,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이라는 이름으로 3월에 신당을 창당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에 후보를 모두 내겠다고 밝혔다.


5. 합당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오른쪽), 김한길 의원이 지난 2014년 3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든 채 함께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나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오른쪽), 김한길 의원이 지난 2014년 3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든 채 함께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나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4년 3월2일 일요일 오전 9시35분,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 사랑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10분 뒤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전격적으로 합당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합당으로 힘을 모아 “2017년 정권교체를 실현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이벤트였다. 고사 직전의 제1야당 민주당은 대체로 환영했지만 창당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던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사람’ 몇몇은 그를 떠났다. 안철수 의원은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가 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9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제1야당의 면모를 되찾았다.


6. 퇴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2014년 7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2014년 7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제1야당의 리더로서 그는 위태로웠다. 2015년 7·30 국회의원 재보선이 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공천했지만, 당내 갈등을 조정하지 못해 공천 경쟁자가 출마 회견장에 난입하는 추한 모습을 막지 못했다. 광주 광산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내려보내 ‘보은 공천’ 논란을 불렀다. 15곳의 지역구 의원을 새로 뽑는 미니 총선이었지만 결과는 11(새누리)대 4(새정치연합), 대패였다. 안 공동대표는 선거 다음날 “선거 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다. 제대로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평당원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퇴진했다.


7. 탈당

안철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표직을 내려놓고 안철수 의원은 중앙정치 무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이 터지자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상조사에 힘쓴 정도였다. 2015년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안 의원에게 인재영입위원장·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3자가 공동대표로 당을 이끌자는 문 대표의 제안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표에게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맞지 않았다. 결국 2015년 12월13일 일요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저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는 탈당 선언문을 읽었다. 2014년 3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온’ 지 2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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