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운데)와 이준석 대표(왼쪽),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난 뒤 어깨동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갈등이 봉합됐다. 지지도가 떨어지며 위기감을 느낀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에게 백기 투항했다.
이제 끝난 것일까? 윤석열 후보의 말처럼 정권교체만 남은 것일까? 정치가 그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국민의힘 갈등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권력 투쟁이다.
미래 권력을 놓고 벌이는 지분 다툼이다. 본래 권력이 있는 곳에는 투쟁이 있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못한다.
이번 대선은 당선 이후의 대통령 권력뿐만 아니라 내년 6월1일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걸려 있다. 파이가 크면 싸움도 크다.
둘째, 노선 투쟁이다.
1990년 3당 합당은 기득권 보수와 개혁 보수의 결합이었다. 노태우의 민정당은 기득권 보수였고,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은 개혁 보수였다. 두 세력은 보수의 주도권을 놓고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싸웠고,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싸웠다. 버전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기득권 보수는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명분으로 분단 세력, 대기업, 관료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개혁 보수는 보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중부담 중복지’가 개혁 보수의 대표적인 구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윤석열 후보와 그를 둘러싼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 기득권 보수의 전위다. 반문재인 연합, 반민주당 연합 구축에 의한 정권교체 만능론이 그들의 대선 전략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개혁 보수의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20·30 세대와 손잡는 세대 동맹으로 보수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대선 전략이다.
데자뷔라는 말이 있다. 처음 겪는 일인데 과거에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우리 말로는 기시감 정도로 번역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와 정책 공약 전반을 관장하는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이 갈등했다. 경제민주화 때문이었다.
애초 공약은 재벌의 기존 순환출자까지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기존 출자는 인정하고 신규 출자만 금지하겠다”고 뒤집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가 어디선가 로비를 받은 모양”이라고 했다.
그해 11월 11일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을 불렀다. 당과 선대위 고위 관계자 9명을 데리고 나타나 김종인 위원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은 그렇게 결별했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자 경제민주화 대신 ‘창조경제’를 앞세웠다. 김종인 위원장은 뒷날 “한때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린 모양이다. 국민에게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래서다. 국민의힘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것이다. 말 그대로 ‘봉합’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권력 투쟁과 노선 투쟁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김종인 위원장의 처신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워 경제민주화를 관철하려다가 실패했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뒤 임기 도중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려는 생각일 수 있다. 그게 마음대로 될까?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이준석 대표의 표현대로 무운을 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