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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국방개혁…무기는 ‘최첨단’ 인권은 ‘제자리’

등록 2021-10-05 14:39수정 2021-10-05 14:46

정치BAR_이완의 정치반숙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 위치한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함상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 위치한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함상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공군 최첨단 전투기 F-15K·F-35, 해군 SLBM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AH-64)….

지난 1일 포항 도구해안에서는 73주년 국군의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맞는 마지막 국군의날이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국군의날 행사를 맞아 육해공군은 최첨단 무기들을 총출동시켰습니다. 마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대규모 상륙 작전을 시연했는데, 평화를 만든다는 이른바 ‘피스메이커’ 작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먼저 군사용 통신위성 아나시스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등 정보자산이 운용되는 가운데 F-35·F-15K 등 전투기 6개 편대 36대가 일제히 출격해 핵심표적을 타격했습니다. 이어 고무보트를 탄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선두에서 해안으로 접근했고, 한국형 돌격상륙장갑차 48대, 고무보트 48대, 공기부양정(LSF) 1대가 연막탄을 터뜨리며 상륙 작전을 펼쳤습니다.

전략무기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장착된 해군 도산안창호함이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위해 대형 태극기를 달고 포항 영일만으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전략무기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장착된 해군 도산안창호함이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위해 대형 태극기를 달고 포항 영일만으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타고 있던 합동상륙작전 지휘 함정인 마라도함 주변에는 독도함·이지스함·잠수함 등 10여척의 최신 해군 함정들이 배치돼 상륙부대를 호위했습니다. 돌격하는 해병대 위로는 아파치 공격헬기(AH-64) 12대·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6대·다목적 기동헬기 블랙호크(UH-60) 6대·기동헬기 수리온(KUH-1) 12대·대형수송헬기 시누크(CH-47) 2대가 목표 후방지역으로 공중 돌격도 했습니다.

우리 군이 가진 첨단 전력이 총출동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날 특히 강조한 것은 미사일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군의날 연설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40년간 유지되어 온 ‘미사일지침’을 완전 폐지하여 훨씬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며 실전배치하고 있다”면서, 해군의 에스엘비엠(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될 공대지 미사일을 예로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미사일 전력에 얼마나 관심이 큰지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글에서도 나타납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15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열린 미사일 전력 시험발사 상황을 전했습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만든 긴장과 태풍 찬투의 영향을 감안하면 전략무기 시험발사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태풍으로 탄착지점의 시계 확보가 어렵다는 참모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예정대로의 시험발사를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미사일 시험 발사를 보고 온 문 대통령은 다음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제주도 서쪽 해상을 목표로 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였는데 탄착 지점의 기상 악화로 명중 순간을 선명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계기판으로만 확인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매우 성공적인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날 함께 했던 공대지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대해 “의미가 국민께 다 전달되지 못한 아쉬움도 있으니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함으로써 국민께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아파치 공격헬기(AH-64) 12대·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6대·다목적 기동헬기 블랙호크(UH-60) 6대·기동헬기 수리온(KUH-1) 12대 등 군의 첨단 헬기들이 도구해안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아파치 공격헬기(AH-64) 12대·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6대·다목적 기동헬기 블랙호크(UH-60) 6대·기동헬기 수리온(KUH-1) 12대 등 군의 첨단 헬기들이 도구해안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계를 4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미사일 전력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강조한 전략자산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28일 첫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이 재래식 무기 대신 비대칭 전력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도 비대칭 대응 전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3축이다.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고도화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나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3축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에 선제타격을 가하는 ‘킬체인’(kill-chain)과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 유사시 북 수뇌부와 주요 시설을 파괴·제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이릅니다. 문 대통령이 지켜봤던, 원거리에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이같은 전략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당시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이 미사일 개발 대응만 주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력 차원 뿐만 아니라 군 병영 문화 혁신을 위해 우리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 군 옴부즈만 제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오랫동안 군 문화의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군이 계속 거부해왔다”, “군 사법기구 개편도 전향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 군의 태도를 보면 고유한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데 집착하여 늘 방어적으로 대응하는데 중요 사건에 대해 군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이 계속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군 인권 개선과 군 사법기구 개편도 함께 당부한 것입니다.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포항 영일만 상공을 날고 있다. 청와대 제공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포항 영일만 상공을 날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군은 이같은 과제를 충실히 해내었을까요?

올해도 군내에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여군들의 희생이 잇따랐습니다. 공군과 해군에서 성폭력 피해 부사관들이 견디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있은 뒤 국회와 정부는 뒤늦게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군사재판의 일반적 관할권을 1·2심에서 1심으로 축소하고, 군인의 성범죄와 사망 사건은 1심부터 민간법원이 맡도록 법을 고쳤습니다. 군인권센터가 올해 6월 내놓은 ‘문재인 정부 군 인권 공약 이행 점검 보고서’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공약이 이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성폭력 징계양정 기본이 중징계인데 (경징계인) 감봉으로 경감되는 경우가 많아 솜방망이 징계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했고, 올해 피해 군인들의 희생을 통해 집권 5년차에야 간신히 군 사법기구 개편이 진행된 셈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날 연설에서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했습니다.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맺어진 전우애야말로 군의 사기와 전투력의 자양분”이고, “군 인권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하는 것이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했습니다. 국방비 증가율을 정부 별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8.76%, 이명박 정부 5.32%, 박근혜 정부 3.98%, 문재인 정부 6.5% 입니다. 국방비 중에서 신규전력 확보를 위한 무기구입 및 개발비용을 의미하는 ‘방위력개선비’만 떼놓고 봐도, 문재인 정부(7.38%)가 노무현 정부(7.06%), 이명박 정부(5.86%), 박근혜 정부(4.65%) 보다 앞섭니다.

물론 북한 핵 개발 문제가 불거진 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무기 등을 확보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 게 사실입니다. 또 문 대통령은 전시 작전지휘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군비 증강에 나선 측면도 있습니다.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헬기를 타고 마라도함상에 내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헬기를 타고 마라도함상에 내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 되었다고 자부하는 사이, 군내 인권 문제 해결 등은 문 대통령 임기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국군의날 행사가 문재인 정부가 4년 동안 이룬 국방 개혁의 결과물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 아니었을까요. 4년 전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병들에 대한 갑질 행태, 인권침해, 성범죄, 군의문사 이런 것들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다 해도 이런 엄정한 논의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국방 개혁은 또다시 구호로만 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맺어진 전우애야말로 군의 사기와 전투력의 자양분”이라며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군 인권 문제는 진전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인권이 존중되는 군 혁신, 국방개혁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완 기자 wani@hani.co.kr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일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가 끝난 뒤 해병 1사단 내 교육훈련단으로 이동해 해병대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일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가 끝난 뒤 해병 1사단 내 교육훈련단으로 이동해 해병대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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