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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과제는 “한-중 관계 관리, 대북 교류협력 진전”

등록 2021-05-24 16:53수정 2021-05-25 09:03

외교안보 전문가 6인에게 묻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이 강화된 점을 성과로 꼽으며 미-중 전략경쟁의 구도가 투영된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들은 정부가 앞으로 한-중 관계 관리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외교력을 집중한다고 조언했다.

21일(현지시각) 공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대만 해협, 남중국해, 쿼드 등 중국 관련 언급이었다. 두 정상은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지만, ‘말’이 품은 ‘가시’가 향하는 곳은 분명 중국이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대만 해협을 적시한 것은 “지역을 위협하는 행동에 대한 워싱턴의 우려를 서울이 공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베이징에 보낸 것”이라며 “성명이 공개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지적하는 대립적 언어를 피하고 일반론적으로 다뤘지만, 두 정상은 (대중 견제를 뜻하는) 해상 안보, 첨단 기술, 투명성에 대한 공통 인식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중국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대중 정책의 주요 의제를 한국이 국내 정치를 고려해 거론했다는 점에서 불만”을 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고위급 소통을 통한 조기 봉합이 없을 경우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국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이슈인 백신·신기술·기후 협력 등의 분야에서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한 것”을 이번 회담의 긍정적 측면으로 꼽았다. 그 역시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 연루된” 상황인 만큼 “한-중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한-중 사이의 갈등 관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한-미 정상회담 성과의 총괄적인 평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며 중국 주권의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면서도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이뤄가겠다는 의지가 강해,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기보다 일단 자국 시장을 앞세워서 중국과 협력과 투자를 유도하려는 모습으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의 또다른 핵심 의제였던 한-미의 대북 정책 조율에 대해선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 토대가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만한 한-미의 구체적인 메시지가 부족했던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이번 회담 결과는 ”한-미가 조율한 것으로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이 반영됐다. 현재의 교착을 풀고 2018년 시작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데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회담에서 추후 협상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나지 않으니까 평가가 갈릴 순 있지만, 그 내용도 일정 부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에 대해선 ‘북한만 입장을 정하면 미국은 언제라도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긍정적 내용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자체는 잘 나온 것 같다”면서도 “(북-미 협상을) 급하게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너무 분명해서 약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역시 이번 회담에서 대북 관계의 진전보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더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양국 모두에게서 내년 5월까지인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남북, 북-미 관계에서 획기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배 연구위원은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 대화와 관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을 전제로 북을 설득하는데 교류협력 사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의 구체적인 동의를)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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