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사일 주권 회복을 보는 다양한 셈법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한국은 미국과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였다”고 밝히면서, 1979년 이후 43년 동안 미사일 주권을 제약해 왔던 족쇄가 사라졌다. 이 결정은 미-중 대립의 최전선인 한반도에 위치한 한국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한 나라가 당연히 보유해야 할 미사일 주권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핵 잠수함 건설 추진(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 필요)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주권 사안의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실제로 이 지침은 1979년 9월 한국의 자율적 선언(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에 의해 만들어진 뒤, 그동안 네 차례 개정됐다. 그 중 두 차례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졌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 종료됐다. 이를 두고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문재인 정권 임기 내에 전시작전권 전환이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번 지침 종료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나름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고, 정부 핵심 관계자도 이 결정을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이번 지침 종료는 매우 비릿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지침 개정은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대구 등 중부 이남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인 최대 800km 범위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제약을 거두게 되면, 그 목적은 북을 넘어선 ‘그밖의 위협’, 즉 중국을 겨누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는다.
미국은 2019년 8월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1987년 12월 옛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했다. 이후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미국의 신형 중·단거리 미사일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16~2017년 사드 사태보다 몇 곱절은 더 심각한 갈등을 불러올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는 대신 한국 자체의 능력 강화라는 길을 택한 셈이다.
한-미는 이번 지침 종료에 앞선 지난해 7월 4차 개정을 통해 민간용 우주발사체에 대해 걸려 있던 마지막 제약인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한 바 있다. 한-미 정상은 21일 공동성명에서 “민간 우주탐사, 과학, 항공 등 연구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 서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아르테미스 협정이란 달이나 화성 등 우주탐사와 우주이용에 관한 기본원칙을 정한 합의문으로 지난해 10월 서명이 이뤄졌다. 현재, 미국·영국·일본 등 8개국만 가입돼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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