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10일 요르단강 서안의 도시 헤브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다. 헤브론/EPA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등을 위해 10일 방한했던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 격화로 11일 오전 급히 귀국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슈케나지 장관이 국내 사정으로 오늘 긴급 귀국하게 되어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해왔다”고 밝혔다. 아슈케나지 장관은 귀국하기 전 정 장관에게 전화해 이날 새벽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 및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응 공습 등 이스라엘의 긴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다고 최 대변인은 설명했다.
아슈케나지 장관은 “오래 준비해온 양국 외교장관 회담 및 뜻깊은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매우 아쉽다”면서 “다시 방한할 기회를 모색해 보겠다”고 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스라엘 상황의 긴급성을 이해하며 팔레스타인과의 대치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두 장관은 12일로 예정됐던 오찬 회담 대신 가까운 시일 내 전화 통화 회담을 하기로 했다. 아슈케나지 장관과 함께 방한한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은 남아 한-이스라엘 FTA 서명식에 참석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계속 수행할 계획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성전산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에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이스라엘 당국의 시위대 강경 진압 및 동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의 팔레스타인 거주민 추방 움직임까지 겹쳐 폭발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당국이 신앙 생활을 탄압한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동예루살렘 성전산의 알아크사사원에 모여 시위에 나서기 시작하자 이스라엘 경찰은 강경 진압으로 맞섰고, 7일부터 양쪽의 충돌이 격화해 300여명이 다치고 20여명이 숨졌다고 전해진다. 이에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10일(현지시각) 오후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쏘았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보복 공습하는 등 양쪽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성전산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곳으로 무슬림들은 메카와 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 성지로 받드는 곳이다. 기독교에서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다는 곳이며, 유대교에서는 솔로몬 성전 터로 꼽힌다.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이-팔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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