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 오전(현지시각) 런던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런던에서 ‘어색한’ 첫 만남을 가졌다.
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5일 오전(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마무리한 뒤 잠시 얼굴을 마주했다. 지난 2월 초 취임한 정 장관은 한-일 관계가 악화된 탓에 모테기 외무상과 석달 동안 전화 통화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취임한 뒤 ‘도쿄 평화올림픽’ 개최를 매개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잖은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이 먼저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경직된 자세를 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를 넘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우리는 언제든 일본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달라”며 떨떠름한 반응에 그쳤다.
정 장관은 취임 후 두달이 다 되어가도록 모테기 외무상과 전화 회담이 이뤄지지 않자 3월31일 내신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자회담이든 한-미-일 3국 회담이든, 또 제가 가든지 일본에서 한국에 오든지,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런던 방문도 한-일 양자 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적극적 자세로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견줘, 일본 외무성은 4일 오후 일본 기자단에게 블링컨 장관이 제안한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 회담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일 양자회담에 대해선 회담 직전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이날 만남에서 두 장관은 최근 마무리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와 양국 간 주요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일본군 ‘위안부’ 판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한 서로의 기본 입장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담 시간이 짧아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이 여러 사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만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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