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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외교부, 주한 일본대사 불러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항의

등록 2021-04-13 17:00수정 2021-04-13 17:39

아이보시 일 대사 “한국 국민 걱정 잘 알아”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 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왼쪽)가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 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왼쪽)가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 항의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로 아이보시 대사를 불러 20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최 차관은 “이번 결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또 최 차관이 아이보시 대사에게 △오염수 처리 관련 투명한 정보 제공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관련 환경 기준 준수 △국제사회의 참여를 통한 객관적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국 쪽 입장을 담은 구술서를 전달했다 전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정부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국무조정실 산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티에프(TF)’ 관계차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일본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이번 결정이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라며 “오염수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 공개’와 ‘소통’에 무게를 두고 대응을 하는 것은 실제로 해양 방류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육상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일본) 내해에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리가 어떤 저지 수단이나 이런(방류 철회) 요구를 해서 현실화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유조선 등에 오염수를 실어 공해에 투척한다면 국제법 위반 사항이겠지만 현재로써는 방류로 인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피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간 외교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인 이유다.

정부가 이날 강한 유감을 표명한 데는 “일본의 결정이 생각보다 빠르고 갑작스”럽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직접적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일본은 이날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도 “아주 최근”에서야 통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가들이 오염수 방출의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꼽은 정보를 일본 쪽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어떤 방식으로 처분할지, 방류 개시 시점 및 기한을 비롯한 총 처분량 등 관련 내용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방류된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국 연구기관 또는 전문가가 직접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국내 해역에 방사능 유입과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와 원산지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방안도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이날 일본 쪽의 정보 공유가 부족했다고 지적한 반면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각) “일본은 옵션과 영향을 따졌고 결정에 대해 투명했다. (일본 정부가) 국제적으로 용인된 원자력 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일본의 투명한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어떤 근거와 팩트에 근거해서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본 쪽의 구체적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일본에 IAEA와 지속적인 조율을 기대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해양 방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검증과 조율의 필요성을 왜 언급했겠냐”고 말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의 트윗과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도 ‘지속적인 조율’ ‘모니터’ 등이 언급되어 있다.

한편 아이보시 대사는 이날 한국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ALPS(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 처분에 대하여 많은 한국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고 계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책임지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알프스(ALPS)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의 방서성 물질을 정화 처리했다는 뜻으로 부르는 명칭이다. 아이보시 대사는 해양 방류 결정이 “후쿠시마 지역의 재건과 폐로 양립을 도모함과 동시에 안전을 배려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며 “해양 방출이 이루어져도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해양 환경이나 수산물의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경영향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공표하여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철저한 정보공개를 통해 한국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무쪼록 한국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날 아침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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