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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중국역할론’ 기대 품고 샤먼으로 떠난 정의용

등록 2021-04-02 14:37수정 2021-04-02 16:41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한국, 북핵문제에 중국의 ‘긍정적 관여’ 기대
그간 중국은 대북영향력 과시 카드로만 활용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의용 외교장관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도움’을 끌어내기 위한 만만찮은 외교적 도전에 나선다. 북핵 문제는 첨예하게 갈등 중인 미-중이 코로나19 대응, 기후 변화 등과 더불어 협력할 수 있다고 동의한 현안인 만큼 정부가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 장관은 2일 오후 1시 서울공항에서 정부 전용기를 타고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된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출발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계속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앞선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보다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대해서는 중국도 늘 우리 입장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첫 해외 방문지인 중국에서 왕이 장관과 얼굴을 마주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진전 등에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2일 서울공항에서 중국 방문을 위해 정부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장관이 2일 서울공항에서 중국 방문을 위해 정부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에 대해 중국은 그동안 긍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한국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언급한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중국이 주장하는 쌍궤병행(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상의 동시 추진)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절차를 꿋꿋이 추진하는 것이 각 당사국들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이 점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절실히 원하는 한국과 관계를 강화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속내도 언뜻 비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17일 한국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약한 고리’라 표현한 바 있고, 화춘잉 대변인은 31일 한-중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알리는 회견에서 한국과 “전략 소통을 증진해,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고,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끊임 없이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역할론’은 1990년대 초 북핵 문제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이어지는 민감한 논쟁 거리 중 하나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때마다 북한의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 입장은 “북핵 문제의 원인은 북-미 모순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8년 초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3월 말 1차 북-중 정상회담을 열고, 4월18일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적극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 관여 노선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영향력을 발휘한 것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경계감을 내비친 바 있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국가안보실장 시절인 2019년 12월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접견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용 외교장관이 국가안보실장 시절인 2019년 12월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접견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한 것처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던 2018~2019년 2년 동안 이뤄진 다섯 번의 북-중 정상회담을 자세히 살펴 보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정황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당시 치열하게 전개되던 미-중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대북 영향력을 미국에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국익 극대화를 위해 때때로 ‘북한 카드’를 써먹은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움직임은 2019년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시진핑 주석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이었다. 석달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큰 충격을 받는 북은 20~21일 평양을 방문한 시 주석을 극진히 환영했다. 당시 방중을 둘러싸고 시 주석이 북-미 간의 중재자로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 안전에 대한 우려와 (경제)발전에 대한 우려를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북한이 좀 더 과감히 비핵화 조처에 나서도록 독려하지 않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극대화하면서 자신들에게 편안한 ‘현상 유지’의 길을 택한 것이다. 시 주석은 그 직후인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역할론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번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도록 설득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미국의 소리>(VOA) 2일 보도를 보면,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우린 계속 같은 함정에 빠져왔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게 미국을 곤경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미 행정부가 계속해 왔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미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이익에 부합할 때만 협조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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