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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첫 한-소 정상회담 ‘태백산’ 암호명으로 극비리 추진

등록 2021-03-29 16:36수정 2021-03-30 02:31

소련 쪽 ‘회담 주미대사 등 3명만 알아’
1990년 6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0년 6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0년 6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상 첫 한-소 정상회담은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정부가 ‘태백산’이란 이름으로 두달간 극비리에 추진해 성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올해 기밀이 해제된 1990년도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외교부는 29일 30년이 지나 기밀이 해제된 1990년도 외교문서 2090권(33만여쪽 분량)을 원문 해제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올해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냉전 해체라는 흐름을 타고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었다. 1989년 헝가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 옛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과 수교를 시작으로 1990년 소련, 1992년 중국과 역사적 국교 수립으로 이어졌다.

한-소 수교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한-소 정상회담은 1990년 4월7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5월30일 미-소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소련은 1988년 내부적으로 한국과 관계 개선을 결정한 상황이었지만, 영사 관계만을 맺은 뒤 국교 수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정상회담 추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소련은 5월 중순 ‘6월4일 회동’에 동의했고, 이후 아나톨리 도브리닌 소련 대통령 외교고문을 한국에 파견해 이 사실을 공식 통보하고 본격 협의에 나섰다.

외교문서를 보면 한-소 모두 1990년 5월31일 한-소 정상회담 개최 발표 전까지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한국 쪽은 ‘태백산’이라는 명칭으로 회담을 준비했다. 소련 쿠토보이 주미대사관 공사는 한국 쪽에 이때까지 자신과 도브리닌 고문, 두비닌 주미 소련대사 3명만 관련 일정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한-소 정상회담 합의가 최종 순간 극적으로 이뤄졌고, 소련 측이 미-소 정상회담 종료 시까지 완벽한 보안을 요구”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한국과 소련은 정상회담을 하고 넉달 뒤인 9월30일 국교를 수립했다. 외교문서를 보면, 양국이 애초 합의했던 1991년 1월1일이 아닌 이날로 수교를 당긴 배경도 확인된다.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한-소 외무장관 회담에서 최호중 외무부 장관은 “우리가 처음 회담을 갖는 날 바로 수교하게 되면 더욱 뜻깊은 것이 될 수 있다”며 당일 수교를 제안했고,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상도 같은 날 유엔에서 열린 ‘아동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동의했다. 한-소 수교에 북한이 반발한 정황도 외교문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한-소 수교 이후 북-소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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