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7월25일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
3월25일 오전 7시6분.
동해와 접해 있는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미상의 발사체’가 날아올랐다. 이 발사체는 동쪽 즉, 일본 방향으로 최고 고도 60㎞를 찍은 뒤 약 450㎞를 날아 동해에 떨어졌다.
그로부터 19분 뒤 두번째 발사체가 날아올랐다. 이 발사체도 첫 발사체와 비슷한 궤도를 그린 뒤 떨어졌다.
지난 21일 ‘순항 미사일’에 이어 북한이 나흘 만에 ‘미상의 발사체’를 쏘아 올리자 한-일 당국은 바싹 긴장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은 이날 오전 7시25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북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라는 ‘1보’를 전했다. ‘2보’가 나온 것은 40분 지난 오전 8시15분이었다. “아침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하였으며, 추가정보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합참은 오전 11시18분에 알린 최종 공지에서 “군은 오전 7시6분경과 7시25분경 북한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포착하였음.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450㎞, 고도는 약 60㎞로 탐지하였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발사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눈 ‘백브리핑’을 통해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정보분석 중”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9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뒤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이번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정밀 분석하면서 관련 협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긴장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아사히 신문> 보도를 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발사 직후인 오전 7시8분 “정보수집과 분석에 전력을 기울이고 국민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오전 8시부터 약 10분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했다.
일본 방위성도 두 차례에 걸쳐 자료를 내놨다. 1차로 공개된 속보에선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북한에서 발사됐다”고 했지만, 2차 자료에선 “북한이 합계 2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한 모습이다. 이전부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의 궤도보다 낮은 고도에서 각각 450㎞를 비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면 지난해 3월29일 이후 1년 만의 발사가 된다.
북한의 25일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이라고 단정한 일본 방위성 자료
이날 한-일 군 당국의 자료를 모아 보면, 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이 공식자료에서 ‘탄도미사일’ 대신 ‘미상의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 등의 용어를 사용했지만, 일본은 1보에서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이란 표현을 쓴 뒤 2차 자료에선 ‘탄도미사일’이라고 단정했다. 또 일본이 한국보다 발사 시간을 각각 2분 빨리 특정한 것도 눈에 띈다. <시엔엔>(CNN) 등 미국 언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똑같은 발사체를 놓고 한-일의 정보 판단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보는 두 나라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이 쓸데 없는 도발을 멈추고, 하루 빨리 북-미 대화에 복귀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개되길 바라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순항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 아니다”고 말했고,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우리는 (미국이) 대화에 열려있지 않다고 (북한이) 인식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정말 이 미사일을 쐈다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또 북한이 대화 재개를 바라는 ‘미국의 성의’를 걷어찬 꼴이 된다. 한반도 정세가 여러모로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처에 나설 때까지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내세워 대북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두발 발사했다. 약 1년 만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 나라와 지역의 평화·안전을 위협하는 것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한 한-일의 정보 평가가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 곧 최종 결과가 나오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를 둘러싼 한-일의 줄다리기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다음 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불러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설명한다. 조금이라도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려는 한국과 압박을 강화하려는 일본 사이의 처절한 신경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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