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국방 장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쏟아낸 ‘말폭탄’과 달리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 이후 나온 공동성명은 뜻밖에도 ‘순한 맛’이었다.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으로 채워진 이틀 전 미-일 문서와 달리 관심을 모았던 ‘중국’과 대중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18일 공개된 한-미 2+2 회담 공동성명을 보면,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도, 이 비판의 대상인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 내용에 대해 잘 아는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간 협의 내용을 말할 순 없다. 아는 범위에서 공동성명에 특정 나라를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미국이 중국을 명시하길 요구했는지 여부, 이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에 대해 일절 언급을 거부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16일 발표한 미-일 공동성명에선 전체 내용의 3분의 1 정도를 중국 비판으로 채우는 등 명확한 대중 견제 자세를 드러냈다. 미·일은 일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안보 현안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은 물론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라 밝혀온 홍콩·대만·신장 문제에 대해서도 과감히 언급했다. 일본은 지난 세차례 이뤄진 2+2 회담이 끝난 뒤 공개한 공동성명에선 이번과 달리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16일 미-일 문서와 17~18일 블링컨 국무장관이 쏟아낸 대중 비판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은 애초 한국에도 일본과 같은 수위의 대중 언급을 문서에 넣자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중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선 한국 정부의 기조를 감지한 블링컨 장관이 두 나라가 조율해 발표하는 공동성명 대신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머리발언 기회를 활용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중국 비난 메시지를 쏟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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