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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중국 견제·북 비핵화…미, 동맹외교 진격 ‘숨가쁜 한 주’

등록 2021-03-16 04:59수정 2021-03-16 07:28

바이든 정부 출범 뒤 첫 순방외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50여일 만에 외교정책의 큰 틀을 확정 짓고 본격 외교 행보를 시작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6~18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동맹과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바이든 외교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지난 1월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2월19일 뮌헨 안보회의 화상 연설에선 전 인류가 “독재와 민주주의라는 두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해야 하냐”는 근본적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과 장기적이고 전략적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은 3일 공개된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NSS)지침에 고스란히 담겼다. 중국을 “안정되고 개방적인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지목하며, 이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동맹에 새 힘을 불어넣고 현대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그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 화상회의에 참여한 뒤,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했다. 이들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열리지 않던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회의)를 부활해 중국·북핵·코로나19 위기 등 여러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두 장관은 본격 순방에 나서기 전인 14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에 “동반국들은 미국의 세계 전력을 배가한다”는 제목의 공동기고를 실어 이번 방문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과 한국·일본은 협력을 통해 세계 안보·번영에 핵심적인 광범위한 문제들을 다룬다”며 △북한 핵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기후변화 △사이버 보안, 코로나19 등을 열거했다. 두 장관은 나아가 ‘자유롭고 열려 있으며 인권·민주주의·법치 존중에 닻을 내린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이익에도 맞고 한·미·일이 공유하는 목표라면서, 이런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나라로 중국을 지목했다. 이어, “중국은 자기 길을 가기 위해 강제력을 사용하려는 의지가 너무 강하다”며 “우리의 협력은 중국의 공격과 위협에 맞서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발전의 ‘초석’이라 부르는 일본은 물론 ‘핵심축’이라 부르는 한국과도 힘을 합쳐 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 등에서 이어지는 중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 장관은 “중국이 신장과 티베트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홍콩의 자치를 조직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에 반하는 해상 영유권을 주장할 때 우리는 함께 중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한국에 여러 난처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 견제 색채가 농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울 때마다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청와대 당국자는 10일에도 한국의 쿼드 참여와 관련해 “투명성·개방성·포용성과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떠한 지역협력체나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또 다른 난제는 북핵이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정책 재검토를 수주 내에 끝낸다는 입장이지만,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출발점 삼아 조속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국 전문가들 “한·미, 한반도 정세 획기적 진전 내긴 어려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장관급 해외 순방이 16일 일본에서 시작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한-미 정부 간 첫 고위급 협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진전하게 만들 내용을 이끌어내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7일 오후 양국 간 첫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실무급에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쪽의 설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 최고위급의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이뤄지게 된다. 외교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조율에서 거듭 “동맹과의 의견 일치”를 강조해온 만큼 한국의 의견을 경청하는 ‘리스닝 모드’를 견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무급 협의에서도 양쪽의 의견차가 분명했다고 알려져 있어, 한국 쪽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미가 협의해도) 마땅히 내놓을 게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옛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와 유사한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미 어느 쪽도 먼저 전향적 선조처를 하기 힘든 ‘여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오래 지켜본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도 “지금 국면이 뭘 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실제, 외교가에선 두 장관의 이번 방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방미까지 움직임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둘러싼 “사실상 마지막 액션”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북쪽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한·미의 의견 일치 및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당분간 구체적 움직임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번 대북정책 협의에서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정부가)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내용은 계승하되 형식은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낙관하기 힘든 정세 흐름에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백악관이) 북한의 (공식) 국호를 칭한 것이나, 미-일 정상 통화 뒤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쓴 부분,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하지 않은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공개 비판하지 않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상의 결과는 2018년 (북-미 간) 성과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북쪽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며 “대화 없이는 사고와 도발 그리고 위기의 고조가 있을 뿐 외교의 기회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요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대중 견제와 관련해서도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쿼드’(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가 참여하는 대중 견제용 협의체)가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고 동맹화를 통한 지역의 군사·안보적 긴장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전제 아래 한-미 간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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