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부 장관이 백악관에서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일행과 환담하고 있다. 뒤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장관급 방한을 앞두고 외교가에서는 이번 첫 고위급 협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합의를 이끌어내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용 외교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7일 오후 양국 간 첫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실무급에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쪽의 설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 최고위급의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이뤄지게 된다. 외교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조율에 있어서 거듭 “동맹과의 의견 일치”를 강조해온 만큼 한국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무급 협의에서도 양쪽의 의견차가 분명했다고 알려져 있어, 한국 쪽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미가 협의해도) 마땅히 내놓을 게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와 유사한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미 어느 쪽도 먼저 전향적 조처를 하기 힘든 여건이라는 것이다.
실제 외교가에선 두 장관의 방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까지의 움직임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와 관련한 “사실상 마지막 액션”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북쪽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한-미의 의견 일치 및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당분간 구체적 움직임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번 정책 협의에서 실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은 “(정부가)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내용은 계승하되 형식은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낙관하기 힘든 정세 흐름에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백악관이) 북한의 (공식) 국호를 칭한 것이나, 미-일 정상 통화 뒤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쓴 부분,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하지 않은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공개 비판하지 않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상의 결과는 2018년 (북-미 간) 성과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북쪽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며 “대화 없이는 사고와 도발 그리고 위기의 고조가 있을 뿐 외교의 기회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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