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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현장에서] 미국 ‘대북 새 전략’에 ‘오버’하는 한국 보수언론

등록 2021-01-25 15:52수정 2021-01-26 02:01

바이든은 트럼프 외교 버린다는데
문 대통령만 ‘몽상’에 빠졌다는 식
‘아무 말 대잔치’ 보도 탈피해야

새 정부, 새 전략 짜는 것 당연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언론 논평은 어느 정도 ‘아무 말 대잔치’가 허용되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국내 현안의 경우 부정확한 보도에 대한 후속 조처가 비교적 분명하게 이뤄지지만, 기밀성이 중시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당국은 명확한 오보에도 대응을 삼갈 때가 많다. 특히, 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해석의 영역에 이르면, 정도는 더 심해져 똑같은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정반대로 갈리는 일도 잦다. 한국 기자의 제멋대로 해석에 미·일 정부가 ‘항의 전화’를 걸어오는 일도 없을 테니 이 ‘아무 말 대잔치’ 구조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은 젠 사키 신임 미 백악관 대변인이 23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새 전략’(new strategy)에 대한 25일 보수 언론의 해석을 확인한 뒤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새 전략’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서 대북 정책도 예외가 아님을 공식화한 것”이라 분석했고, <중앙일보>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틀 만에 북핵에 대한 입장을 천명했다”며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핵의 위협에 대한 인식부터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폐기하고 ‘새 전략’을 구상한다는데 문재인 정부 혼자 몽상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발언에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이날 회견 실황은 유튜브의 백악관 계정에 올라와 있는 61분 42초 길이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후 1시3분에 시작된 이 날 회견에서 관련 질문은 제일 마지막 부분에 나왔다. 백악관 브리핑룸 뒤쪽에 앉은 일본 기자로 보이는 남성이 먼저 ‘도쿄 올림픽’의 개최 가능성에 대한 백악관의 견해를 물은 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으로 주제를 옮겼다. 사키 대변인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북한과 관련된 대일 정책에 대해 묻는 것이냐”고 확인한 뒤, “북핵과 탄도미사일 등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전제하면서 “우리는 미국인과 동맹을 지키는 새 정책을 도입할 것”이고, “철저한 정책 재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한·일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사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의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사키 대변인이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한에 대한 접근과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일 등과 모든 방안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해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아니면 다른 외교적 접근법도 가능한지” 살펴볼 것이란 말도 했다. 미국이 정책 재검토를 통해 도출하는 전략이 ‘새 전략’이지 기왕에 실패한 ‘옛 전략’은 아닐 것이다.

한-미가 정책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마찰이 예상되지만, 북핵이란 난제에 똑 부러진 답이 없기는 피차 마찬가지다.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 그뿐, ‘새 전략’ 한 마디에 지레 겁먹을 일도 아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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