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남북 접경지역 등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대북전단금지법)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미국 일각의 비판이 논란을 키운 가운데, 한반도 문제를 오래 다뤄온 미국 전직 관리들은 새로 들어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사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지는 않으리라 내다봤다.
대북전단금지법의 미국 내 논란을 집중 보도해온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1일(현지시각)에는 한반도 문제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가 높은 미국의 한반도 및 북핵·북한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견해를 소개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바이든 쪽이) 한국과 의견 차이가 날 수도 있는 문제가 대북정책 논의를 압도하도록 놔두진 않을 것”이라며 “주요 마찰 소지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초점을 맞출 대북 현안은 전단 등 인권 문제가 아닌 핵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활동한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바이든 행정부는 손상된 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새 법안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싸움을 벌이는 선택을 하진 않으리라 본다”고 예측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실망을 표할 순 있겠지만, 이게 논쟁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더 나아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 또 미국 문제가 아닌 한국 국내 문제이고, 그렇게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하던 미 국무부는 21일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논란에 대해 북한으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 법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묻는 <한겨레> 질의에 “글로벌 정책으로서, 우리는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보호를 지지한다. 북한과 관련해 우리는 정보가 자유롭게 유입되도록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 정보 유입의 필요성을 강조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완곡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미 행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개정법안의 입법 취지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 조처라는 점 △제3국에서의 전단 살포는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집중 조명해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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