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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일 정상 지지율 동반 급락…관계 개선 후순위로 밀리나?

등록 2020-12-15 14:58수정 2020-12-15 16:34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방치했던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 등의 여파로 기대했던 한-일 관계의 조기 개선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등 방일에도 일본 반응은 냉담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웬디 셔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리더십센터 소장(오바마 행정부 국무부 정무차관)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4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세계안보토론회’에서 앞으로 미국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할 3개의 문제로 “코비드19, 기후, 중국”(covid19, climate, China) 등을 꼽으며 “경험 있는 인사들을 적절히 선발해 한국 등 동맹국들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담당 선임 부소장도 미국에겐 “더 많은 네트워킹이 필요하지만, 현재 한-미-일 간 네트워킹 상황은 심각하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7일 공개한 5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에서 “미-일-한 세 나라의 정보와 방위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긴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한-일 사이에 계속되는 긴장이다. 한-일 양국 모두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한-일 양국에 역사 갈등을 조기에 수습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될 일본과 관계 개선 요청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10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예방해 내년 7월께 개최될 예정인 도쿄 올림픽을 한-일 관계 개선과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의 뒤를 잇는 ‘평화 올림픽’으로 활용하자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엄혹한 상태에 있는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만들 수 있는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4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세계안보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웬디 셔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리더십센터 소장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4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세계안보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웬디 셔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리더십센터 소장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편집위원이 일본 월간지 <뷴게슌주>에 최신호에 기고한 글 ‘징용공 문제 일한비밀교섭의 전모’를 보면, 박 원장 방일 이후 한국 정부가 시도한 외교적 노력의 일단이 소개돼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19일 박철민 청와대 전 외교정책비서관(현 헝가리 대사)를 일본에 극비 파견해 다키자키 시게키(현 외교담당 관방부장관보)를 만나게 했다. 이 만남에서 박 비서관은 현재 북-일 사이의 외교 관계가 얼마나 진전되고 있는지, 스가 정권이 얼마나 진지하게 대북 외교에 나설 생각인지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1년짜리 ‘단기 정권’으로 출범한 스가 총리는 그동안 ‘국정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서 외교 성과를 내 임기 연장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일본 정부 당국자는 위의 글에서 “이미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된) 논점은 다 나왔다. 어떤 안을 내야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한국도 이해했다. 판결의 집행을 정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한국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양보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 국내 반발 우려해 ‘양보안’ 도출 못한 듯

하지만, 이후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양국 사이엔 특별한 외교적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 국내 반발을 우려한 청와대가 일본이 받아들일만한 ‘양보안’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는 사이 이달 들어 한-일 양국 모두에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며 정권 지지율이 급락했다. 특히 지난 9월 말 68%로 시작했던 스가 정권의 지지율은 14일 <마이니치신문> 여론 조사에서 40%까지 폭락했다. 양국 모두에서 민감한 ‘역사 현안’에 대해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사라진 셈이다. 그로 인해 한-일 관계 개선 작업도 불가피하게 내년 이후 추진할 ‘후순위 과제’로 미뤄진 듯 보인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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