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부장관으로서의 마지막 행선지가 업무를 개시한 한국이라는 것이 기쁘다.”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오후 한-미 북핵 수석대표협의에 앞서 한 말이다. 2018년 8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지 한 달이 안 된 시점에 방한했던 기억을 꺼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끝자락에 성사된 이번 일정을 두고 ‘고별 방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듯, 이날 한-미 협의는 내내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날 오후 마주앉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은 2년 넘게 대화상대로 남·북·미 관계를 조율한 감회를 전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의 첫 방한부터 시작된 “숱하게 많은 협의”와 “그간 한반도를 둘러싼 많은 우여곡절”을 상기했다. 그는 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돼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와 노력, 긴밀한 공조라는 원칙을 지킨 점을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도 첫 만남을 떠올리며 지난 2년 반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들어온 “리더십의 여정”이자, 두 나라 간 “동맹의 여정” 그리고 이 본부장 등 협상팀과의 “우정의 여정”이었다고 했다. 양국 북핵 수석대표인 이들은 때론 ‘만찬-조찬-협의’로 이어지는 연쇄 만남을 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한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기 위한 접점을 모색했다.
외교부는 이날 협의에서 양국이 남·북·미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협의를 마치고 비건 부장관은 이 본부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비건 부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한-미 차관회담이 열렸다. 회담에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많은 이들이 이번 방한을 고별 방문으로 보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작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장관이든 아니든 당신은 여기서 언제나 환영을 받을 것이며 당신과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긴밀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또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구축을 향한 되돌릴 수 없는 길에 나섰다”며 “북한도 우리만큼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건 부장관은 “서울에 다시 와서 기쁘다. 이번이 마지막 서울 방문은 아닐 것이라는 점은 확언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쪽은 한-미 관계 전반 및 역내·글로벌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가 회담 뒤 낸 자료를 보면 최 차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3년 반 동안 양국 정부가 달성한 다양한 성과를 평가하고, 차기 미 행정부에서도 잘 이어가 한-미 관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비건 부장관에게 가교 구실을 당부했다고 한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3년간 한-미 양국 정부가 거둔 성과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행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한-미 간 신뢰와 공조는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두 차관은 10일 비건 부장관의 ‘단골’인 닭한마리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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