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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왕이 부장은 왜 한국 기자들의 ‘마스크’를 가리켰을까?

등록 2020-11-26 14:42수정 2020-11-26 18:08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을 묻자
“중요한 것은 방문 조건을 만드는 것”
강경화 장관과 회담서 한-중 관계 ‘수망상조’ 표현
같은 어려움에 맞서 서로 돕는 전략적 동반자란 뜻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엔 가까운 이웃이란 의미의 ‘일의대수(一衣帶水)란 표현을 사용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서로 도우며 지켜주는 친구란 뜻의 ‘수망상조’(守望相助)라는 사자성어를 꺼내들었다.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중국의 ‘전략적 관점’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내는 표현이라 눈길을 끈다.

왕이 부장은 26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1년 만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본격 회담에 앞선 머리발언에서 왕 부장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래 중-한 양국 국민들은 ‘수망상조’ 정신에 따라서 서로에게 도움을 줘 왔다. 이 자리에서 한국 각계가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어려울 때 중국 국민에게 해주신 지지와 도움에 대해서 감사 드린다. 중-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국제 및 지역의 협력을 조율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통합적인 글로벌 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각자의 기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짧은 발언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같은 적이나 어려움에 맞서 서로 망을 봐주며 돕는 ‘수망상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중이 서로 돕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선 지난 2월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도 “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여 대응하고(守望相助),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함께 곤경을 헤쳐 나가고(同舟共濟)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강경화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외교부 청사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외교부 청사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견줘 왕이 부장은 24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부상과 만나서는 “중-일은 이웃에 있는 일의대수의 관계이며,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필요할 때마다 전략적 소통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한국은 공동의 적이나 어려움에 맞서 서로 협력해야 할 ‘전략적 동반자’이지만, 일본은 필요할 때마다 소통해야 하는 이웃이라는 수준에서 한·일의 ‘전략적 위치’를 자리매김한 것이다. 중국이 염두에 둔 협력과 대응의 상대는 1차적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위기인 것으로 보이지만, 때에 따라 중국에 대해 포위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이 될 수도 있다. 거꾸로 미국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제1동맹인 일본에 대해선 ’초석’(cornerstone), 제2동맹인 한국에 대해선 ’핵심축’(linchpi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왕이 부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양국 간 초미의 관심사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가능성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왕이 부장은 ‘올해 안에 시 주석이 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현재 외교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중요한 것은 방문 조건을 계속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을 둘러싼 기자들을 바라보며 “지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나.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서 “우리 역시 빨리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서로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우린 이웃국가”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는 이번 일정이 미-중 경쟁과 관련 있냐는 물음에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특별히 코로나19 대응 협력, 경제무역 협력, 지역 안정 수호, 한반도 문제 평화 해결을 포함해서 중-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자주의를 함께 견지해야 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해야 하고, 빨리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제2단계 협상을 가속화해야 한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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