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탱크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조만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오염수의 실제 방출은 2년 뒤인 2022년 여름께 이뤄지게 된다.
주한 일본대사관 당국자는 20일 오전 외교부 출입 기자들과 만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결정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 본다.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방출이 결정된다고 해도 바로 방출되는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부지 주변에 설치된 오염수 보관 탱크가 가득 차는) 2년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23일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와 관련해 애초 예정됐던 “(지난달) 27일에 정부 방침을 정하진 않겠다”며 결단 시점을 잠시 뒤로 미뤘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정부가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여 결정 자체를 뒤집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오염수 방출이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폐로’(수명을 다한 원전의 원자로 처분) 작업을 마치려면, 지금쯤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해왔다. 이미 원전 부지 주변이 오염수 저장을 위한 거대 물탱크로 가득 차, 더 이상 사태를 방치했다간 폐로 작업 자체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탱크 증설을 해도 2022년 10월께 저장 용량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9일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는 캠페인늘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해양 방출 대상인 ‘오염수’에 대해 다핵종제거설비(ALPS·이하 알프스)를 통해 트리튬(삼중수소) 외의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을 제거했다는 의미에서 ‘처리수’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당국자도 “이웃나라 국민 여러분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처리수 내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은 제거돼 있다. 알프스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트리튬(삼중수소)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정해진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희석한 다음에 방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출 결정에 대해선 “우리도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우리가 한다”며 결정 자체에 대해선 한국 정부와 협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오염수 방출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모니터링 같은 한-일 공동조사엔 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공동조사 등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간에) 방법이 결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 입장이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말할 사항은 아니지만 환경 모니터링에 대해서 저희가 어떻게 해야할지, 어느 정도 안전할지 모니터링 방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관여할지는 이를 바탕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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