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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국제수로기구, 동해·일본해 ‘병기’ 대신 숫자표기 합의

등록 2020-11-17 18:32수정 2020-11-18 02:00

디지털 기반 S-130 새 표준 도입
출판물엔 일본해 표기 남도록 해
일 “우리가 이겼다”며 아전인수 해석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홍보 자료 <동해>(2014).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홍보 자료 <동해>(2014).

‘누가 이긴 걸까?’

한국과 일본이 ‘동해 병기(동시 표기)’를 둘러싸고 국제수로기구(IHO) 내에서 20여년 동안 벌인 논쟁에 대한 ‘최종 결론’을 서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대립했다.

17일 한·일 정부의 설명을 모아 보면, 국제수로기구는 16일 밤(한국시각) 화상회의를 열어 동해 표기와 관련한 3대 당사자인 남·북·일 3개국과 미국·영국이 ‘비공식 협의’를 거쳐 도출한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잠정 승인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국제수로기구가 그동안 사용한 ‘해도’(항해용 지도) 제작 지침서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를 개정하지 않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S-130이란 새 표준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동해 병기’ 운동의 핵심 목표는 국제수로기구가 1929년 펴낸 S-23의 ‘일본해 단독 표기’를 ‘동해 병기’로 고치는 것이었다. 정부는 일제강점기 때 정해진 일본해 단독 표기가 2판(1937년)·3판(1953년)에서도 유지된 사실을 확인한 뒤, 4판 개정이 시작된 1997년부터 이를 고치려는 외교적 노력을 거듭했다.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20년 넘게 장기화하자, 국제수로기구가 ‘절묘한 무승부’라 부를 수 있는 묘수를 꺼내 들었다. 기존 S-23의 개정을 포기하는 대신, 디지털 시대에 맞는 S-130이라는 새 표준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지중해’와 같은 지명 대신 ‘고유식별번호’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안은 16일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었다. 한국 입장에선 일본해 단독 표기를 동해 병기로 바꾸진 못했지만, 장래 도입될 디지털 표준에서 일본해를 포함해 바다의 명칭 자체를 없애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동해 병기를 추진해 오던 정부 입장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한 안이라 평가한다. S-23이 새 표준으로 이행됨에 따라 ‘일본해 명칭’의 표준적 지위가 격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해석은 달랐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 명칭인 일본해를 수용해온 S-23을 지금처럼 국제수로기구 출판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까지 나서 “종이엔 일본해가 남는다. 일본의 주장이 통하고 있다 본다”고 말했다. 국제수로기구가 S-23에 대해 “새 표준을 개발하는 동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한 출판물로 남는다”고 언급한 부분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문서가 살아남았으니 ‘일본이 이겼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의상 전 외교부 국제표기명칭대사는 “국제수로기구의 노력을 폄훼하는 이런 해석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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