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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장관조차…‘패싱 논란’ 강경화 “여성이라 이런가 싶기도”

등록 2020-11-16 17:27수정 2020-11-16 21:52

“남성 기득권 문화에서 내가 받아들여지는지 질문”
자신 둘러싼 잇단 패싱(무시) 논란 의식 ‘공개 발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와 <티브이엔>(tvN)이 공동 진행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포럼에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와 화상으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와 <티브이엔>(tvN)이 공동 진행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포럼에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와 화상으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성 위주 기득권 문화’ 속에서 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의식하며 일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인 자신을 둘러싸고 집요하게 이어지는 ‘패싱(무시)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16일 외교부와 방송사 <티브이엔>(tvN)이 함께 진행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포럼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총, 균, 쇠>의 저자)가 “여성이 역량을 발휘할 환경이 미진하다”고 언급하자 “여성 첫 외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기를 쓰고 다 하고 있지만 간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남성 위주 기득권 문화 속에서 내가 과연 받아들여지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때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그럴 때마다 저는 그냥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밤에 잘 때 ‘오늘 할 일을 다 했나’에 편한 답을 할 수 있으면 편히 자고, 그 다음 날을 대비한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장관은 사상 첫 ‘비외무고시 출신 첫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강 장관이 “남성 위주 기득권 문화 속에서 내가 과연 받아들여지고 있나”는 말을 입에 담은 것은 자신을 둘러싼 끊임 없는 ‘패싱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언론들은 지난 3일 치러진 미 대선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초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취소하자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에서 ‘한국 패싱’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주말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움직이는데도 외교부의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는 ‘패싱 논란’이 더해졌다. 그러자 외교부는 16일 해명자료를 내어 “표면적 요소에만 근거한 단정적·추측성 기사는 엄중한 대내외 환경 하에서 다각도로 진행중인 우리 국익 수호·증진 노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강 장관이 자신을 둘러싼 패싱 논란에 불편한 기색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패싱 당했다는 논란이 일자 “저도 회의 개최 통보를 받지 못한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문제 제기했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남겼다.

지난달 26일엔 “공관 직원의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장관이 책임을 질 의향이 있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성비위, 기강해이와 관련해 국회에 올 때마다 의원님이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고, 여러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 대해서는 장관인 제가 어떤 한계라든가 리더십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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