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으로 6년 4개월 동안 고초를 겪었던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가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이 됐다.
백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일 강제실종 실무그룹 제122차 정례회의를 통해 1년 임기 의장으로 선임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지난 2년간 부의장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일이 좀 더 늘어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15년 7월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으로도 활동하다 이 그룹 부의장을 거쳐 의장직에 올랐다. 백 교수는 이어 “코로나 상황에서도 강제실종은 계속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실종이 늘어 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좀 더 많은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대 학도호국단 총학생회장 출신인 백 교수는 1980년대 시인 박노해 등과 사노맹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된 뒤 1999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국제인권법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조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장)로 재직 중이다.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유엔 인권이사회 55개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 중 하나이다. 이 실무그룹은 강제·비자발적 실종 문제를 조사하고, 강제실종 피해자, 가족, 관련국 정부 간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강제실종 여부를 판단해 필요한 권고도 내릴 수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