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미국과 헤어질 것도 아닌데…‘사랑은 변한다’ 굳이 말해야 했나요?

등록 2020-10-14 17:49수정 2020-10-15 02:31

정치 BAR-길윤형의 알고 싶어
‘향후 70년에도 미국을 선택해야 하냐’는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을 보면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는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일환으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는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일환으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차라리 ‘한국은 미국 아닌 중국 선택해야’라고 밝히라”(<조선일보>)

“동맹 신뢰 갉아먹은 이수혁, 주미 대사 자격 있나”(<중앙일보>)

“주미대사 신분 망각한 ‘선택적 동맹론’…수준 미달 ‘코드 대사”(<동아일보>)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한-미 동맹 관련 발언을 두고 보수 언론이 14일 쏟아낸 공세를 보면서, 이 문제가 한국 사회의 좌우를 가르는 정치적 단층선임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이 대사는 지난 12일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미 동맹이) 우리의 국익이 되어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미 동맹도 굳건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발언은 국익에 대한 주권국가들의 냉정한 판단에 기초해 작동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설명하는 ‘일반론’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발언입니다. 이 대사가 지난달 3일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화상회의에서 밝힌 대로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안보만으로 나라가 존속할 수 없고, 경제활동 역시 안보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못지않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지난달 12일 자민당 토론회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쿼드)은 “전략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진·정진석 등 야당 의원들의 지적대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동맹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투의 발언을 주미 한국대사가 반복하는 게 국익에 부합할지 의문입니다.

한국전쟁 때 무려 3만3739명이나 되는 미국 젊은이가 전투 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은 이후 미국이 주도한 전후 국제질서 속에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동시에 성공하는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자신들이 피를 흘려 지켜낸 한국의 성공은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동맹을 유지하려면 말 못 할 대가가 따릅니다. 한국은 미국의 관여를 보장받기 위해 평택 대추리·도두리 농민들을 내쫓고 현재 미국이 보유 중인 가장 큰 해외 군사기지를 제공했습니다. 처참했던 ‘윤금이 사건’부터 최근 ‘사드 논란’까지 우리가 치른 대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자신들의 방어 공약을 입증하기 위해 이 기지에 미군과 그 가족 등 4만5천여명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들의 운명이 ‘확장억지’(핵우산)를 포함한 미국의 결단을 추동하게 될 것입니다.

국익이 달라지고, 사랑이 식으면 동맹은 종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헤어질 것도 아닌데, “사랑은 어차피 변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현명한 침묵은 때로 금이 됩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