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린 언제나 대화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우리 작업을 계속해 나가기 희망한다.”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대북 메시지’엔 예상대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을만한 ‘깜짝 메시지’는 없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에 사는 이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협상을 지속하기 원한다는 뜻을 강한 어조로 간곡하게 되풀이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오전 북핵 협상의 한국 쪽 파트너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마친 뒤 서울 외교부 청사 2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이끄는 ‘기준’(guidance)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년 동안 참석한 여러 회담에서 얻어진 결론”이라며 “그들의 비전이 우리 팀을 이끈다. 이는 한반도에 더 튼튼한 평화를 만든다는 것이고, 한반도의 관계를 변화시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며, 이곳 사람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가져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나에게 준비되어 있으며 이런 내용에 대해 협의할 권한을 가진 카운터 파트를 지명하면, 우리는 언제든 대화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로운 결과물을 내기 위한 우리 작업을 계속해 나가길 희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노력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그의 모든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건 부장관은 그에 앞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이 남북관계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한국 내의 비판을 의식한 듯 “미국은 남북간 협력(interkorean cooperation )을 강하게 지지한다. 그리고 이것이 한반도 상황을 더 안정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라 믿는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에서 북한과 그 목적을 진행하는 것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자신의 방한을 앞두고 두 번이나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인 북한에 대해선 ‘날 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이 이번 방한에서 우리와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언론 성명을 봤다. 이상했던 것은 우리는 분명히 북한 방문을 요구하지 않았단 점이다. 우리는 방문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번 주 방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와 동맹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이에 대해 명확히 하고 싶다. 나는 최선희 부상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는다. 볼턴 대사에게서도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간곡한 표현으로 대화 재개를 호소했지만,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고 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에도 “미국은 분명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북한과 합의에 이르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북한에게도 달린 문제다. 미국은 이미 꽤 단단하고 상세한 계획을 내놓았으며 북한이 협상에 임하기면 한다면 우린 매우 빨리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었다. 북-미 대화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뤄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8개월 넘게 중단돼 있다.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려면 지난해 2월 하노이 ‘노 딜’의 원인이 됐던,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대한 미국의 양해가 필요하다.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 지난 미국에서의 협의에 이어서 지금도 좋은 협의를 가졌다. 우리는 현 상황에 비춰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이를 위해 한미는 조속한 재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 운영 개선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