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오는 여행객에 대한 14일간 격리와 무비자 입국 금지 등을 발표한 가운데, 5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에 일본 항공사의 운항 축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한 “입국거부” 조치에 대해 ”극히 유감스럽다”며 “모든 가능한 상응조치를 검토중”이라고 6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를 ‘입국거부’로 규정한 뒤 “정부가 그동안 일측에 추가 조치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수 차례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이러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하며 금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우수한 검사·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고, 확산방지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던 일본이 5일 저녁 기습적으로 한국·중국에 입국제한 카드를 꺼낸 것은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 등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꼼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요코하마에 정박한 크루즈선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소극적 대처에 이어 ‘검사 난민’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바이러스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 조처에 대해 국내외 비판이 거셌는데, 이번 조치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부흥 올림픽’이란 명분을 내세워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도쿄올림픽이 연기 또는 취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졸속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 대한 오염지역 지정 및 여행경보 격상 등 상응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는 우리 국민들의 보건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이 5일 저녁 한국에서 입국하는 이들을 지정장소에 ‘14일간 대기’ 형식으로 격리시키고 무비자 입국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자, 이날 밤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설명을 요구하고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밝혔다.
6일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거듭 항의와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날 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발표를 보고 정말 실망했다”며 “심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루에 1만3천명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투명한가’라는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과격한 조치에 심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중국으로부터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을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게 하고 일본 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도 이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의 대구와 경북 청도는 물론 안동·경산·영천시, 칠곡·의성·성주·군위군에 머무른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까지 거부하기로 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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