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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미, 대구 여행금지 권고 발령…한국발 입국 금지·제한 81곳으로

등록 2020-03-01 18:51수정 2020-03-02 02:40

강경화, 스티브 비건에 “과도 조처 자제를”
외교부 베트남 대사 불러 여객기 착륙 금지 항의
2월28일 인천을 출발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한국민 11명이 하노이 외곽의 한 군부대 여성 기숙사에 강제로 격리돼 있다. 베트남 정부는 2월26일 한국발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한 데 이어, 2월29일부터는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임시로 중단했다.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도 금지됐다. 하노이/연합뉴스
2월28일 인천을 출발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한국민 11명이 하노이 외곽의 한 군부대 여성 기숙사에 강제로 격리돼 있다. 베트남 정부는 2월26일 한국발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한 데 이어, 2월29일부터는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임시로 중단했다.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도 금지됐다. 하노이/연합뉴스

미국이 한국 대구에 대해 ‘여행 금지’를 발령했다.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 강화된 입국 절차를 시행하는 지역은 81곳으로, 1주일 만에 6배 증가했다. 한국과 교류가 많은 주요국들까지 한국에 대한 여행·입국 제한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각)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의 대구에 대해 ‘여행 금지’를 발령했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대구를 방문하지 말라는 권고다. 한국 전반에 대한 여행권고는 3단계인 ‘여행 재고’를 유지하면서, 대구에 대해서만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수준을 높인 것이다. 국무부의 조처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에 이어 두번째로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한 직후에 이뤄졌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여행객들에 대한 제한 조처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이 더 심각해지면 미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이들에 대한 의료검사와 관련해 두 나라와 협력할 것을 국무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8일부터 미국행 비행기 탑승 전 모든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있으며, 체온이 37.5도 이상일 경우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비공식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미국과 서유럽이 상당 기간 입국제한을 안 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을 보면 철저히 대비를 안 하면 언제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분명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장관은 1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하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전방위적 방역 조처를 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양국간 교류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는 자제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8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 전역을 ‘방문 주의’ 지역으로 지정했다. 일본은 직전 14일 이내에 대구시와 청도군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도 29일 일본 전역에 대해 여행유의를 의미하는 1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일 81곳으로 증가했다.

한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일정 기간 막는 지역은 37곳으로 주말 동안 라오스, 앙골라, 베트남, 키르기즈스탄 등이 추가됐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인의 무사증 입국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29일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불허했다. 베트남 당국은 이 같은 조치를 현지시간으로 29일 오전 8시15분(한국시간 오전 10시15분)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을 오전 8시30분께가 돼서야 각 항공사에 전화로 통보해, 이날 오전 10시10분 승객 40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출발한 하노이행 아시아나항공 OZ729편이 이륙 후 40분이 지난 뒤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베트남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저녁 팜 빙 밍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고 무사증 입국 중단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로 다음날 한국발 항공기 착륙을 막았다. 외교부는 1일 주한 베트남 대사를 불러 이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으며, 주베트남 한국 대사가 현지 보건차관을 만나는 등 관련 조처의 철회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터키도 29일 한국을 오가는 모든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하기로 했다. 1일 오전 이스탄불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터키항공편 등이 취소되면서 1일 220여명이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항공권을 변경해 제3국 통해 귀국할 수 있도록 현지 대사관의 영사 담당자들이 조력중”이라고 밝혔다.

검역 강화나 일정 기간 격리 등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은 중국을 포함해 44곳으로 전날보다 나이지리아와 온두라스가 추가됐다.중국 내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한 성·직할시는 베이징·톈진·충칭·광둥·랴오닝·산둥·상하이·쓰촨·저장·장쑤 등 14곳이다.

박민희 이정애 기자, 워싱턴·도쿄 황준범 조기원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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