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 오케스트라가 한국인 단원들에 대한 중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예정했던 중국 공연을 취소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진상 파악에 나선 결과 이들이 아직 중국 비자를 신청하지도 않은 상황인 것으로 31일 파악됐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대학 이스트먼 음악대학의 자말 로시 학장은 모든 단원이 갈 수 있을 때까지 투어를 연기한다며 이 학교 소속 이스트먼 필하모니아의 중국 공연을 취소했다고 <ap통신> 등이 전날 보도했고, 이를 인용해 국내 일부 언론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했다.
중국이 지난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이유로 내린 ‘한한령’ 때문에 한국인 단원 3명에 대한 비자 발급이 거부되었다는 내용이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중국이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트윗을 문제 삼아 미 프로농구 중계를 취소하는 등 미중 갈등이 문화, 스포츠 쪽으로도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 당국이 진상 파악을 한 결과, 한국인 단원을 포함해 공연 관계자 누구도 아직 중국에 비자 발급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미국인 단원들은 중국 비자를 받았는데 한국인 단원들만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학교 쪽의 위탁을 받고 중국 공연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던 대행사 쪽이 과거 중국의 사드 보복 사례를 참고해 ‘한국인은 비자 발급이 어려울 것 같다’고 자체 판단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2017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해 예정된 중국 공연을 취소하는 등 중국이 한국인 예술가의 공연을 허용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행사 쪽이 미국 내 중국 영사관에 한국인 단원의 비자 발급이 가능한지 사전 문의했다가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은비공식적으로 진행되온 터라, 공식적으로 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스트먼 필하모니아 한국인 단원들의 비자 거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 “2018년에 중국과 한국 양국을 오간 사람은 950만명(연인원)인데, 사드 문제로 한국인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면 작년의 950만명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ap통신>